계절을 열어주는
화초 구경을 좋아합니다.
베란다에 놓으면 앙징맞을
선인장 한 그루를 샀습니다.
마디마디 늘어진 줄기끝에는
새끼 손톱만한 분홍꽃이 빼쭉
얼굴을 내밀고 있었지요.
한 그루에 달린 모든 줄기 끝에
차례차례로 봉숭아 물을 들인
아가씨 손톱 모양 꽃이 피는게
보는 이의 마음을 여간 설레게 하는게 아니었답니다..
분홍빛 꽃순은 시간이 갈수록
다시 여러 갈래의
소담스런 꽃송이로 자라나더니
지는 모양새 또한
살그머니 수줍은 듯 오그라 들며
먼저의 손톱모양으로 잦아드는 거였어요.
그렇게 그해 여름 한동안
매일매일 눈 맞추고 싶은 연인처럼
제 눈을 즐겁게 해주었답니다.
그러나 그 다음 해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무심히 꽃 피울 생각을 않는 거에요.
혹시 뿌리가 썩었나! 흙도 갈아주고.
영양이 부족한거 아닌가!
영양액도 뿌려주고
보살펴주었건만,
늘 털같은 가시를 세우고,
제 마음을 뿌리치며
냉혹한 얼굴을 하고
매마르게 버티는 선인장의 존재가
무심히 여기기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어요.
선인장이 달리 선인장인가
40년만에 꽃피우는 독특한 종류도 있다던데....
그렇게 스스로 위로도 해보았건만.
한 번 꽃핀 걸 본뒤로는
꽃피우기에 시들해진 늙은 여자모양
늘상의 초록 잎으로 있는 동안
본래의 모습조차 이제는 잊혀져 갔고
열정을 잃은 존재는
일상에 관심도 없이
초라해보이기까지 했어요.
너는
꽃피울 순간만이 선인장의 소임을 다하는것이리라는.
잊었니....
그렇게 몇 해가 흘러 무심한 눈빛으로
그 존재마저 잊혀가고 있었습니다.
이젠 한 번씩 물을 줄때마다
간절히 바라던 마음이 무디어지고 무디어져서
무관심의 지경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올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달구어지기 시작하자
이때다 싶게
요 얄미운 선인장 아가씨는
애기 손톱같은 꽃 순을
어느날엔가 예고도 없이
낼름 내밀며,
게다가 생글생글거리기까지 하더군요.
저 여기 있어요~~~
한송이만 피려나 그래도 어디냐 싶어
대견한듯 바라보는 나날이 하루 이틀...
이게 웬일이냐 싶게
그 옆 줄기에서도
하나씩 꽃순을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꽃분홍빛이 영롱하여
보잘것 없이 보이던 초록 줄기까지 화사해 보이고,
꽃피우는 데 일조를 했으니 어찌 대견하지 않으리.
누렇게 겉은 말라가도 그 속에
초록의 생명이 자라고
버티고 키우며
그렇게 알지 못하게
아니 알아 채달라고
말해주지 않으면서
꽃피우다니...
하잘것없는
선인장의 존재가
문득 우리의 미래에 다가올
삶을 이야기 합니다.
늘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스스로를 다듬으며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묵묵히 살아간다면
어느 샌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만의 삶에 정상에 다다르지 않을까요?
늘 한결같다는것,
평정심을 유지하며
가볍지 않게 너무 무겁지 않게
무게중심을 지니면
인생의 꽃이 활짝 피는 (화양연화)와 같은 시간이 오리라는거.
어찌보면 우리의 욕심이 너무 커서
이미 선인장 속에 꽃이 자라고 있는걸 알지 못했듯이
우리의 삶이 그토록 행복한데도
무명에 빠져서 느끼지 못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선인장 한 그루가 주는 삶의 교훈치곤
제법 의미심장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