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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성희 Nov 26. 2024

날이 좋아서  떠난 늦가을 출사


양수리

팔당호의

물빛은 곱다


너무 여리고

고와서


마음이

아프다


시리다


맑고 환한

하늘빛을

담고 있거늘

  

혼자서

제 그림자를

끌고 왔는지

서늘한 향기로

서럽다고 운다


시린 하늘이

혼자

퍼런 마음을 담았다.


구름

한점 없이


먼지마저

날려버린

빈 하늘가

  

너의 특권이다


허연 물보라가

계절의 얼굴로

화답한다


나는 늦가을

팔당호에

빠져있다.

 

두물머리1  본인 작품




계절보다 먼저 여는 이른 아침이다.

양평행 도로를 달렸다.

안개 품은 시린 공기가  

싸늘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두물머리의 스산한

나무 그루터기가 떠오른다

어느 한 점도 낯설지 않았다.

늘 보아도 한결같이

쌀쌀한 그녀의 인사법이래도

더 이상 섭섭하지 않다.

무심하나 한결같은 자연의 얼굴, 

익숙한 해후  가뿐 숨,

반가움을 감추며 다가갔다.

  

오랜만에  사진 카페에서

출사모임 소식이 왔다.

말해 뭐 할까? 안 봐도

눈앞에 모습이 그려졌다.

모두가 한결같이 환호성을 질렀을 거다!

장소는 양수리 두물머리다!

오솔길님의 하우스 입성 축하 기념 출사!

 쑥스런 16년 만의 컴백홈이

세입자가 주인보다

더 주인이 되어 가는가 더니

제자리를 찾아갔다.


두물머리2 본인작품


카라님은 재혼 후 배우자와 함께 오셨다.

양평 집은 세컨 하우스로  쓰시기로  하셨다.

돌아가신 배우자가 카라님

 쾌유를 위해 지으

들꽃 마당이 고운 집!

같이 3년을 살았는데

먼저 가셨다.

그래도 아까워서 팔지 말라고

모두가 뜯어말렸다.

수많은 고심 끝에 남기시기로.... 

 

추억은 기억과 사진으로 남기고

새 배우자와 그림도 그리고

정원의 꽃들도 돌보며

그녀는 티끌만큼의

죄책감이나 갈등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발!


떠난 이를 위한

남은 이가 행복하게 사는 게

보답이고 기원일 테니까!  

 

연두색 세줄님은 첫 출사라

어제 밤잠을 설치셨다.

아내 분이 대추차와 강정을 만들어 오셨다.

엽렵한 아내를 둔 복덩이 회원이다.

슬기롭고 민첩하다,

분별 있고 의젓하다는 뜻의 

엽렵한 이란 단어가 좋다

발음이 쉽지 않은 것도


오랜만이라 설레어 미리 오셔서

이곳저곳 두루두루 살피고

담을 곳에 눈 맞춤을 하셨다고.

 

현정 언니와 송보님이 뒤늦게 합류!

결혼식의 계절이라 실력파

사진사들은 짭짤하게 바쁘다.  

 

사진 수업 일정과 과제물을 받았다.

이번 주제는 "사라져 가는 도시 이야기 "

재개발과 인구 감소로 소멸해 가

옛 동네가 많아져 아쉬움에

사라지기 전에 담기로 했다.

 


얼마 전 용산역 부근 이선균 배우가

출연한 "나의 아저씨"의

촬영지에 가고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다.

  

두물머리3 본인작품


사진은 참 묘한 아이다.

내 마음을 나의 눈높이에서

영리하게 말해준다

어떤 장소나 인물을 담아도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담은 사람의 마음이  읽힌다.

그래서 반갑기도 하지만

외면하고 기도 하다.

 

나의 이야기가 보이는  사진!

신비한 힘이 있기에

사진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모른다.  

한동안 사진을  손놓았다가

다시 가게 된 반가운 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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