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단순함이 삶의 나침반

소학(小學)과.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by 페이지 성희


소학(小學)은 중국 송나라 때, 주자(주희)가 지은 책으로, 조선의 신진 사대부들이 ‘사람 사는 법’이라 여기며 받아들였다.


8세 안팎의 아동에게 읽히기 위한 유학 입문서다.

거창한 철학서가 아니라, 유교 사회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도덕규범을 가려 담은 입문서다.


조선 중기 조광조 같은 개혁파들은 "소학의 내용만 제대로 실천해도 나라가 산다."고 했다.


"어려운 이기론을 붙잡고 말하기보다, 부모님의 신발부터 먼저 챙겨 드리라"며 생활 속 실천을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서의 예의범절, 충신과 효자의 사적 등과 효도, 공경, 응대, 집안 청소 등 기초 생활 지침서도 함께 들어 있다.


소학의 교훈에는 ‘효도’를 중요하다고 보았다.

효도는 모든 덕복 가운데 근본이고, 단순히 부모에게 잘하는 것을 넘어 가족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았다.


엄격한 유교사회 분위기에서도 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거나, 작은 일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은 '정직'이다. 소학에서는 정직함을 통해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세우라고 한다.


소학은 ‘겸손’의 가치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기보다 함께한 이들의 노력을 앞세우라는 태도라 한다.

겸손은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에서 드러나는 강함의 표시다.


마지막으로, 소학은 ‘배움의 자세’를 말한다.

배움은 어린 시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것이며, 늘 새롭게 익히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배움은 끝이 없는 여정이다.'

소학의 교훈을 삶에 적용하는 일은 단순한 도덕 교육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침서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책이 있다.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

는 세계적인 에세이스트 데이비드 풀검이 쓴 책이다.


국내 첫 출간 당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는 제목이 던지는 의외적이고도 파격적인 화두 자체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인생 에세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단순한 규칙·예절이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지침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출발은 우연히 유치원 입학식 연설문이었다.


​풀검 자신의 일상 경험과 이웃들의 소박한 삶에서 캐낸 인생의 비범한 진리를 자상하고도 재치 넘치는 어조로 설파한 밀리언셀러 잠언록이다.


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1937년 미국 텍사스 주 어느 작은 마을, 남부침례교 규율을 엄격히 지키며 살아가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신앙생활이 옭아매는 삶에 환멸을 느낀 젊은 시절, 온전히 순수하고 자유로운 자기 삶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경험을 쌓는다.


IBM 세일즈맨, 카우보이, 아마추어 로데오선수, 화가, 조각가, 음악가, 목사, 선불교 수도사, 카운슬러, 바텐더... 그가 이제껏 전전한 숱한 직업들에서 그러한 내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대학원에서 신학 공부를 마치고 20여 년간 퍼시픽 노스웨스트의 어느 교회에서 파트타임 목사로 봉직한다.


당시 풀검이 즐겨 다룬 설교 주제는 사회교육의 맨 첫 학년, 흔히 유치원에서 가장 단순하게 배우고 익히는 '삶의 진수眞髓'에 관한 것이었다.


1980년대 초, 풀검은 시애틀의 어느 유치원 입학식에서 짧은 연설을 할 기회를 맞는다.


그 연설은 '내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지침들을 골자로 한 내용이었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으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

▪︎매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밖에 나가서는 차를 조심하고 옆사람과 손을 잡고 같이 움직이라.

▪︎경이로움을 느껴라.

▪︎스티로폼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뿌리가 나고 잎이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그러는지, 왜 그러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 씨앗과 같다.

...

풀검이 말한 '내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은 다름 아닌, 개인, 집단, 사회, 세계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덕목이다.


이 덕목들은 누구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단순하게 배우고 익혀 실천해 가던 것들로, 흔히 나이 들면서 점점 잊어버리거나 알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다.


책에는 사랑의 모습, 받은 만큼 돌려주기, 선물의 규칙, 크레용 폭탄, 하늘을 날다, 사랑의 모습, 낙엽청소부 도니, 인디언 남자와 춤을, 끈적거리는 나의 상자, 테레사 수녀 등 1부, 2부에 걸쳐 보석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치 조갯속의 숨은 진주처럼 은은하게 진리의 빛을 발하는 삶의 풍경들이 70가지 이야기로 펼쳐진다.


[숨바꼭질] 편을 보면, 풀검은 어느 가을날 저물녘에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어릴 적 유난히 꼭꼭 숨어서 매번 친구들이 찾기를 포기해야만 했던 한 동무를 떠올린다.


그 동무가 아무도 자기를 찾지 않았다는 서운함에 , 숨바꼭질이란 모름지기 '숨고 찾는 놀이'지 결코 '숨고 포기하는 놀이'가 아니라고 우기던 순간도 떠올린다.


그러다 풀검은 어느 의사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어른들 세계에도 숨바꼭질이 남아 있음을 떠올린다. 그 의사는 자신이 암 말기란 사실을 가족은 물론 친지, 지인들에게 철저히 숨긴 채 고독하게 죽어갔다.


풀검은 그 의사를 두고 '숨고 싶은 마음'과 '들키고 싶은 마음'의 기로에서 후자가 못내 편치 않아 전자를 택한, 어른들 방식의 숨바꼭질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지에게 부담을 떠안기지 않으려던 그 의사는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소외시킨 셈이 돼버렸다.


그로 인해 남은 이들의 고통은 망자를 향한 원망으로 번져, 아픔은 더욱 커졌으며 오랫동안 상흔으로 남게 했다.


작가는 숨바꼭질보다 정어리놀이를 더 좋아한다. 정어리놀이에서는 한 사람이 숨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찾아 나선다.


숨은 사람을 찾아낸 사람은 그 곁에 같이 숨는다. 그러다 보면 작은 공간에 빼곡히 함께 숨게 된다. 얼마 안 가서 누군가 킥킥거리고, 또 다른 누군가 웃음을 터뜨리고, 그러다 모두 들켜버린다.


절대자인 신 또한 정어리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 또한 함께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들킨다고 생각한다.


'못 찾겠다, 꾀꼬리!'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있다.

'어디 있든 상관없으니, 어서 나와! 다시 시작한다!'라는 말이다. 너무 잘 숨은 사람들에게. '이제 좀 들켜라! 못 찾겠다, 꾀꼬리!'


이 책에서 펼쳐지는 삶의 풍경들은 때로 경이롭고 때로 아름다우며 때로 애잔하다.


이들 모두 소소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네 일상의 순간순간이다.


풀검의 현미경과도 같이 섬세한 필터의 마음과 기발한 상상력이 닿아 삶의 진수 또는 삶의 정답을 말한다, 어쩌면 단순함은 우주의 장엄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풀검의 에세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 먼저 와닿는다.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를 내리치는 공포에 맞서게 해 줄 마음의 힘을 키워주고, 단순한 것 속에 숭고한 것이 깃들어 있음을 일깨워준다.


책 서평에 있는 글에 눈이 머문다.

"작고 단순한 것들 속에 들어 있는 산다는 것의 기쁨과 경이를 주는 책"

이라고 어느 독자의 찬사다.


우리는 살아가며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운다. 강의와 법, 사회 규범과 책 같은 더 복잡한 형태로, 삶은 그것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삶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어린 시절의 단순한 기준으로 돌아가 보자. 지혜는 먼 곳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쉬운 것들 속에 있을 테니까...


[사진 출처: 피치마켓]



<참고서적>

*[원본 서자서학]/김성원/명문당.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로버트 풀검/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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