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난 사람들

by 페이지 성희

금요일은 일주일을 꼬박 기다리는 합창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디엔가, 어떤 일에서든 마음을 붙잡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처음 발걸음을 붙잡은 건 지도 강사의 따뜻한 표정이었다면 , 요즘은 옆에 앉은 두 분의 존재 때문이다.



전날 밤엔 글을 쓰다 무심코 마신 진한 커피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연거푸 들이켰으니, 날밤을 샌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아침엔 정신없이 머리만 감고 나서려는데, 이미 나가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냥 하루쯤 건너뛸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아쉬웠다. 택시를 불러 결국 수업에 들어갔다.


나도 안다.

나를 기다릴, 두 분의 반가운 얼굴과 손인사를...

그리고 나도 그분들 만나는 낙에 합창수업을 간다는 걸.


1년 전, 어쩌다 옆자리에 앉게 된 인연.

자매 같기도, 모녀 같기도 한 두 사람은 결코 남남처럼 보이지 않았다.



딱히 궁금할 일도 없고, 말하지 않는데 굳이 캐묻지 않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네 계절이 훌쩍 흘렀다.


말하지 않을 사정이란 게 누구에게나 있다. 시간이 우리 사이를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해변에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오듯,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믿으면서...



대신 우리는 서로가 문득 떠오르고 서로를 챙기는 사이로 무르익었다.

어느 날 보자마자 파일을 내미셨다.

악보를 넣을 파일을 고르다 내 것까지 함께 사셨다고 했다.

예쁜 핑크 파일에 포스트잇으로 이름표까지 붙여

수줍게 건네시던 어르신의 하얀 손.

그 조심스러운 건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봄이 왔다며 지인이 건네준 비름나물과 민들레 잎을 먹다가, 문득 두 분이 떠올랐다.

좋은 먹거리를 앞에 두고 생각나는 사람은, 이미 내 마음을 가득 채운 이가 되어 간다는 증거다.


수업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시들까 봐 키친타월을 넣어 두 봉지 안겨 드렸다. 보잘것없는 거라 할지라도 그저 정이 오고 가면 충분하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사는 곳도 나이도 모른다.

순이 언니, 정옥 어르신!이름 몇 자만 안다.

아니, 그래도 좋다.


나이에서 생겨난 덤덤하게 숙성해 가는 관계의 맛....

큰 기대도 보답도 부담도 모두 덜어 내고 만나는 사이. 아마 남남 간에 가장 순수한 만남이리라.



주초에 온라인으로 회원 가입자에게만 셔틀버스 운행 알림이 온다는 걸 알았다. 두 분께 대신 소식을 전해드렸다.


고맙다며 걸려온 전화. 처음 나눈 통화였다. 짧은 안부 끝에, 두 분이 요양사와 돌봄을 받는 사이라는 걸 밝혔다.

금요일마다 돌봄 시간 전에 함께 합창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쪽이 찌르르 울렸다.



우리 집도 그랬다. 어머니가 치매로 요양사의 돌봄을 받으셨다. 사람이 자주 바뀌었고, 서로 편안해지기까지는 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쉽지 않았다. 아마 양쪽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자세히 떠올리는 일은 일부러라도 피하고 싶지만 노인 돌봄 요양사란 일이 얼마나 힘든 건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두 분을 보고 있으면,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얽혔다가 만난 것처럼 느껴진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이어졌던 어떤 마음들이 흩어졌다 다시 만난 거 같이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정이 흐른다.

이제 나도 그분들과 같은 결로 이어지게 될 수 있을까!


금요일마다 나란히 앉아, 노래하고, 눈 맞추며 미소 짓고, 조용히 그 시간을 함께 한다. 그게 요즘에 내가 행복한 이유다. 그분들도 내 마음과 같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이 시간이 오래 같이 흐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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