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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 수를 놓듯이

누구나 나만의 유행가가 있다.

by 페이지 성희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 본다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


오늘 하루 힘들어도

내일이 있으니 행복하구나


유행가 유행가 서글픈 노래

가슴 치며 불러본다.


유행가 노래 가사는

사랑과 이별 눈물이구나.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닿는 노래

넘치는 감정으로 부르는 노래

- 송대관 "유행가" 가사 중에서 -



고 송대관 가수는 유행가의 정의를 노랫말로 흥겹게 불렀다.

유행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들으면 좋아하고 따라 부르는 애창곡을 말한다.

살면서 시대마다 귀에 맴도는 유행가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불렀던 나만의 유행가의 역사를 꼽아본다.



진추아 "One Summer Nght"

중학생 시절 테이프에 흘러나오는 가사를 반복해서 들으며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노트에 따라 적었던 첫 번째로 좋아했던 유행가 노래다. 사전까지 찾아가며 스펠링을 고치며 따라 부르던 노래다. 그래서일까? 세월이 흘러도 신기하게 가사나 리듬이 머릿속에 박혀있다.

진추아란 곱디 고운 홍콩 여가수의 모습만큼

"사랑의 스잔나" 영화의 ost 애절한 리듬이 사춘기 소녀감성을 흔들어 놓았다.


One summer night

the stars were shinig bright

one summer dream

made with fancy whims

that summer night

my whole world tumbled

I could have died, if not for you

- 중략-



"사랑은 언제나"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좋아했던 찬송가가 있다. 고린도 전서 13장에 있는 성경구절이다.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기사로 찬송가가 유행가가 되었던 때도 있었다. 노랫말을 노트에 적고 시험에 나올 것도 아닌데도 친구들과 함께 외우고 함께

입을 맞추어 불렀다. 당시 전 국민이 좋은 가사말 때문에 이 노래의 가사를 외우는 게 유행까지 된 노래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송창식 "고래사냥"

70년대 최고의 가수는 송창식이다.

"왜 불러"는 코미디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로 패러디될 정도였고, 길가에서 놀던 초등학생들이 부르는 전 국민가요로 인기 폭발이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 "고래사냥"등 그야말로 송창식의 시대였다.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고래사냥"은

폭음을 조장하는 합창가로 유행할 정도로 가사가 그 시대 청춘의 마음을 대변한

인기 소설가 고최인호의 작사곡이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무엇을 할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 다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혜은이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어느 날 우리 곁에 아기새처럼 여린 가수가 날아왔다. 아리따운 모습만큼 고운 음성으로 노래하던 신인가수의 노래가 데뷔곡이자 히트곡이 되었다.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던 여고생들은 첫사랑을 꿈꾸었, 초등학생들은 혜은이의 또 다른 노래 감수광 을 부르며 놀았다. 지금도 혜은이는 전국민이 사랑하는 국민가수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

79년 한국의 혼란시기에 가요사에 새 시대의 문을 여는 신박한 곡이 나왔다.

트롯이 대세던 시대에 독특하고 실력 있는 가수가 자신만의 개성을 펼치는 자작곡으로 대중음악의 다양화시대를 열었다.



이선희의 "J에게"

대학마다 교정에 잔잔히 흘러 퍼지던

이 노래는 애절한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암울한 시대에도 찬란했던 청춘들의 가슴을 저리게 던 80년대 대표곡이었다. 이선희의 깨끗하고 고운 음색과 20대 순수 감성을 담은 이선희가 강변 가요제 대상을 받은 대표곡이다.



해바라기 "사랑으로"

전 국민의 애창가였다. 결혼식 축하송,특히 신혼부부들이 집들이에서 새로운 앞날을 멋지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커플송으로 유명했다. 가사가 거룩하고 장엄하기까지 해서 새내기 부부의 출발송으로 제격이다.

우리 부부도 불렀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노래 부르는 지들만 잘살면 되었지 머

어두운 곳까지 밝힐 거 머 있나 싶었던

집들이 신혼송 ㅎㅎㅎㅎㅎ



이정석 "첫눈이 온다고요"

1986년 대학 가요제에서 이 노래 "첫눈이 온다고요"로 금상을 수상하고 가요계에 데뷔한 이정석.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와 가창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고요

그때 옛말은 아득히

없어지겠죠


함박눈이 온다구요

뚜렷했었던 발자욱도

모두 지워져 없잖아요

눈사람도 눈덩이도

-중략~


첫 소절부터 떠나간 연인에게 보내는 외침이 인상적이다. 지금 너와 같이 보고 맞이했던 올해의 첫눈이 내리는데 넌 어디에서 이 눈을 맞고 있는거냐고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냐고 나 홀로 있는 지금 너에게 보내는 단어들이 공허한 메아리 일뿐일 텐데, 그저 하염없이 함박눈만 저리 내리는구나 하는 자조 섞인 푸념과 아쉬움의 노래다.

순수한 감성을 잘 담은 가사와 조용한 듯 파워풀한 가창력이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정석이란 가수와 잘 어울리는 이 노래.

이 한 곡으로 새로운 별로 올라섰다.



최성수 "남남

최성수란 최고의 낭만파 가수와 너무도 찰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알코올 한 모금 없이도 노래에 취하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사람들이 왜 술을 찾고, 술에 취하고 싶은지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오렌지빛 조도가 낮은 재즈카페에서

한창 사랑에 빠져 서로에게 눈맞춤하고 있는 연인과 둘이 마시는 블랙 러시안 칵테일이 놓인 장면이 연상된다.




이치현과 벗님들 "사랑의 슬픔"

겨울에 읽는 시 한 편을 닮은 노래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누구라도 이 곡을 듣는다면 세상에 없는 애인이라도 떠올리게 만드는 센티멘탈에 퐁당 빠지게 만든다.



조관우 "늪"

조관우의 카운터 테너빛 가성의 창법이 연상되어 매혹적이다.

가사 내용이 퇴폐적이어도 그 어떤 안타까운 사랑이라도 응원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김건모 "잠 못 이루는 밤에 비는 내리고"

곡에 흐르는 쓸쓸한 정서를 김건모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제격이다.

어두운 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소리와 잘 어울린다.

만약 김건모가 차은우 얼굴로 불렀다면

절대 이 노래가 100만장이나 팔리지 않았으며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주현미 "비 내리는 영동교"

옥구슬처럼 영롱하고 간드러진 그녀의 음색으로 어린아이들까지 따라 부르게 만든 명곡이다. 하굣길 버스 안에서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여고생들이 따라 불러서 모두 웃었던 일이 생각난다.ㅎ



임영웅 "바램"

임영웅이 부른 노사연의 "바램"은 최고다. 임영웅의 목소리와 감정을 담은 이 노래가 노사연이 이미 오래전에 부른 곡이라는 걸 임영웅이 불러서 비로소 알았다.

이렇게 멋지고 감동적인 노래를 임영웅이 부르기 전에 몰랐다니 그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진짜 노래 잘하고 마음 따뜻한 이 시대의 영웅이다.(사적 감정 한 스푼 ㅋㅋ)



김필 "청춘"

위의 곡과 같다. 원래 김창완이 오래전에 부른 곡이다. 김필의 성대를 긁는 음색이 청춘의 화려하지만 깊은 고뇌의 아픔과 좌절을 마음에 울림이 오게 잘 불렀다. 청춘이란?

정의가 제대로 마음에 와닿았다. 김필의 청춘은 드라마 삽입곡으로 초등생들도 불러 젖히는 김필로 유명해진 명곡이 되었다.


왜 노래는
그 노래에 맞는 사람이
불러야 하는지
알려 준 곡이다.



유행가는 시대를 한 올 한 올 수놓아 대중들에게 남긴다. 그 주체가 누가 되었든 어떤 내용이건 듣고 있으면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어찌 알고 저리 노래해 주나 신기할 지경이다.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게 하고

활기와 위로를 준다.

수십 년이 지나도 오래오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송대관의 노랫말처럼 자신의 감정을 담아 사랑과 슬픔과 기쁨의 정서를 담아 누구라도 그때그때마다 부르면 그만인 게 유행가 노래이고 그게 인생인지 모르겠다.


이 노래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창곡은 "사랑의 슬픔"이다


이치현의 사랑의 슬픔 가사다.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으로 흐느꼈던

청춘들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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