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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 Oct 01. 2022

깊어가는 가을밤, 성북동 밤마실 떠나볼까요? -2

성북동밤마실 후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가. 점심을 빵으로 대충 때우고 급히 출장을 나가느라 배가 너무 고파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뭘 먹을지 몰라 잠시 고민하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대뜸 “3천 원짜리 줄까?”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네 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튀김도 하나 고르라길래 나의 최애인 오징어 튀김을 고르고 기다리니, 3천 원이라는 가격을 믿을 수 없는 푸짐한 한 그릇이 나왔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지만 어릴 적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이 떠올라 열심히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행사를 즐길 시간!

제일 먼저 갈 곳은 버선향낭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예향재”라는 곳이다. 지도로 찾아보니 버스를 타기에도 뭔가 애매해서 따릉이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언덕 많은 동네라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막판엔 비탈길이 너무 가팔라서 90도 경사가 아닐까 싶었지만ㅠㅠ)


숨이 헐떡헐떡 넘어갈 무렵, 드디어 예향재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행사장 중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높은 곳이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체험 참가자는 나 혼자 뿐…


안내해 주시는 분도 혼자 오셨냐며 재차 확인하셔서 주눅이 들 뻔했지만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들어갔다. 사실 바느질이라곤 중학생 때 체육복에 실로 이름을 새긴 것 외엔 딱히 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초등학생도 가능할 것 같은 난이도였다!


테싯이라는 이솝 제품에서도 인기 많은 향이 나는 향낭을 이미 만들어진 버선 안에 넣고, 그 위를 박음질하기만 하면 끝!!


울 엄마가 보면 “이게 바느질이냐?”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들은 1분 컷일 단순 작업이다. 그걸 나는 무려 20분이 걸렸지만 고즈넉한 한옥에 홀로 앉아 오로지 바느질에만 집중하니, 언덕을 오르느라 심하게 요동치던 심박수가 고요히 잦아들고 있었다.


서툰 손길로 꼼지락대고 있으니 강사님께서 “바느질 처음이라고 했는데 참 재밌죠?”라며 말을 건네신다. 어 그러고 보니 정말 재밌다. 모양은 부끄러울 정도로 삐뚤빼뚤이지만 뭐 어떠냐 내가 재밌는 걸!


비록 매듭도 야무지게 만들지 못해 강사님께서 묶어주셨지만 어쨌든 완성!!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법이지. 암요.

예향재 안쪽에는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2인 세트로만 구성되어 있고, 다른 체험도 예약해 뒀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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