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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팽창되는 속도

느린 걸음, 빠른 마음

by 경주현

아버지가 쓰시던 필름 카메라처럼 선의 경계가 흐릿한 여자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60년대 헤비메탈 같은 격렬한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랑이 팽창되는 속도는 빨라도 걸음은 느려서 길을 걸으며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여자. 아마 그 여자는 즐겨 찾는 원두가, 사장님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카페가 한두 곳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필수는 아니지만 소주도 한 병쯤 마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와 무언가를 나눠 마시며 카페인인지 알코올인지 사랑인지 모를 그것에 함께 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취한 채로 같은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종로 어귀에서 ‘언젠간’으로 시작되는 약속들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언젠간 크로아티아에 가보자. 언젠간 투르버도어에서 맥주를 많이 마시자. 그리고 언젠간 결혼을 하자.


그런 여자와 함께라면 더 이상 슬픈 밤을 보내지는 않을 겁니다. 혼자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떠난 그곳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축축해지는 일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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