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강렬했다면 기록보다 나을지 모른다.
후지산이나 녹차나 어묵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즈를 가기 위함이라. 시즈오카를 경유한 이유다. 이즈반도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무희’의 배경지이면서, ‘다자이 오사무’의 ‘신 햄릿’이 쓰인 곳이다. ‘나쓰메 소세키’ 역시 이곳에서 휴양하며 집필을 했다 하였고, 우리나라의 시인 ‘백석’도 이즈에 관련된 시를 썼다. 그곳은 무엇을 사유하게 했을까. 이즈를 가는 길은 꽤 멀었다. 시즈오카에서 렌터카를 타고 두 시간가량을 달려야 했으니까. 카메라가 산책을 방해하는 듯하여 과감히 빈손으로 오는 길이었다.
이곳에서 어떤 특별한 생각을 하리라 다짐한 건 아니지만, 동네가 워낙 개깡촌이라 걷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대부분 쓸 데 없는 잡념이었지만, 일본에 온 이후 가장 산책다운 시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은 게 약간 후회됐지만 눈으로 강렬했다면 기록보다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차라리 그게 더 영원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난 자주 벅차오르는 편, 혼자 있을 땐 가끔 감당이 안 되기도 하는데 6년 전 이곳에서 그랬다. 당시의 눈물은 내게 훈장 같 은 것이어서 가끔은 더 서럽게 울지 못해 답답할 때도 많았다.
6년 전 이곳엔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 어쩐지 훌쩍이는 내가 있었다. 복기해보자면 꽤나 이유 있는 눈물이었던 거 같은데, 추상적이고 긴 답변만 있을뿐. 무엇이 그렇게 슬펐는지 정확한 그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런 슬픔은 결국 지나가는 모양이다. 지금 느끼는 근저에 표류한 불안도, 결국 이렇게 지나가겠지. 이즈에서 난 그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근데 브런치 이런 거 쓰는 곳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