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상임위에서 어르신정책과의 데이케어센터 재위탁 동의안을 심사할 때였다. 재가복지시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기평가결과를 두고 담당과장이 살짝살짝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검토보고서엔 분명 D등급으로 작성했는데 과장이 B등급으로 답변하자 난 위원장에게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쪽지를 보냈다. 위원장이 과장과 옥신각신하는 동안 난 옆에 앉은 동료 전문위원과 과장의 거짓말을 토로했다. 그러다 그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에 적힌 D등급의 괄호 안 숫자가 이상하다고 했다. 85점으로 적혀 있는데 D등급이라니.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검색했지만 인터넷 연결은 더디기만 했다. 겨우겨우 자료는 검색했지만 사실 이미 결론이 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100점 만점인데 80점대가 D등급이 어디 있겠나. 다른 등급들 점수를 비교해도 분명했다. 물론 사업 평가 시기와 평가 기준시점이 달라서 생긴 오해도 있었다. 보통 2023년도 사업 성과를 2024년에 평가하니까. 아무튼 재가시설 평가결과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논란이 없이 지나갔다. 난 동료 전문위원에게 해당 부분을 곧바로 수정한 검토보고서를 의사팀에 다시 넘기라고 지시했다. 상임위가 끝나고 전문위원실에 왔더니 어르신정책과에서 내 검토보고서를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오탈자를 모른 채 우겼다면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사례2
상임위 회의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스팸 전화인가 싶어 받지 않았더니 같은 번호로 두 차례 더 전화가 걸려 왔다. 마지못해 전화를 받자 족히 60세는 넘었을 것 같은 남성의 목소리가 휴대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안녕하세요? 이일우 씨 되시죠? 저는 112동 통장입니다.”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 예.” 전화를 건 그 나이 든 통장님은 자신을 짧게 소개한 후 곧바로 용건을 말했다. 전입 세대를 대상으로 실제 거주 여부를 직접 확인할 목적이라고 했다. 나는 지난 4월 말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의 9층에서 15층으로 이사를 했기에 신규 전입 세대는 맞다. 이미 동주민센터와 관리사무소에 전입신고를 마쳐서 모든 신고 절차가 끝난 줄 알았는데, 한 달도 더 지난 지금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한다니 조금 뜬금없고 당황스러웠다. 아파트에서 이사를 다닌지 여러 번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더욱 그랬다. 그 통장 어르신은 전입 세대의 세대원이 모두 있는 시간에 자신이 방문하겠다고 했다. 직장에서 전화를 받은 나는 아내의 일정을 묻고 다음 날 저녁 8시쯤이 좋겠다고 방문가능한 시간을 통장님에게 알렸다.
다음날 낮에 사무실에 있는데 그 통장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본인이 사정이 생겨서 오늘 저녁 방문하기 어려우니 다른 날짜를 새로 잡자고 했다. 그러자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실제 거주하는 것이 사실이고 아파트 이사하면서 이런 절차는 처음인데다 아무리 통장이라지만 낯선 이가 우리 집을 방문한다니 찝찝할 수밖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데 어쩌겠는가 싶어서 주말 저녁 시간을 새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후 문득 궁금했다. 제도가 새로 생겼나? 어떤 근거로 시행하는 거지? 곧바로 사무실 컴퓨터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해 검색해봤다.
위장전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담당공무원은 전입신고자에 대한 본인확인을 하고 전입신고하는 새로운 주소지에 주민등록되어 있는 기존 전입세대의 수를 미리 확인하도록 「주민등록법 시행령」이 2013년 12월 일부 개정되어 2014년 3월부터 시행된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모두가 실제 거주사실을 확인받을 필요는 없었다. 같은 법령 제15조제4항에 따르면 구청장은 신고의무가 있는 사람이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읍ㆍ면ㆍ동 또는 출장소에서 받은 경우이거나 전입신고를 한 날부터 5일 이내에 임대차계약서, 매매계약서 등 전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 관계 공무원이 확인한 경우에는 신고사항의 사후확인을 생략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나는 동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으므로 사후 확인 면제대상인 것이다. 곧바로 이 규정을 통장님께 문자로 전달하고 전화를 걸어 말씀드렸다. 내 설명을 들은 통장님은 머쓱한지 헛기침을 하더니 잘 알았다고 했다. 통장으로 위촉된 지 몇 개월밖에 안 되어 규정을 잘 몰라 벌어진 일이고 내 덕분에 본인의 일이 줄었다며 고마워했다.
위 사례 말고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과 종종 마주한다. 어느 실천적인 지식인은 이 세상에 똑같은 기차는 없다고 했던가.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모든 안건이 내겐 그렇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전부일까,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위원으로서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혹시 지방의회 업무에서 매너리즘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면 그동안 안 해보던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