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저의 서울에서 대학원 시절이 가끔 떠오릅니다.
학회에서 오늘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야외에서 저녁 회식 중에
어둠속 불빛을 보며 생각을 하는데,
한 여자 교수님께서
"외로워 보인다"라는 말씀을 건네며
다가 왔습니다.
그 때 "내가 외로운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민학교 입학 전에 저희 부모님은 불화가 심해
저는 할아버지댁에, 여동생은 외가댁,
남동생은 큰아버지댁에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그 때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지만
남동생은 사촌형들과 영화 "우뢰매"도 보고 좋았다
라는 말을 했던 적이 기억 납니다.
저는 어땠냐고요?
저희 아버지를 낳지 않은 계모, 할머니와
조그마한 마을에서 방앗간을 가지고
마을에 많은 논과 밭과 산을 지닌
그 마을의 부자 할아버지 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늦잠을 잘 수 없게 하는 할아버지 셨지만
불쌍했는지 늦잠을 자게 두시고
부엌에 밥과 반찬이 차려두고
두 분은 일찍이 일하러 가셨습니다.
처음에 서툴렀던
새참 심부름도 했던 것 같은데,
마을 사람들이 점점 저를 좋아했던 기억도 났지만,
점점 할머니께서 화를 내고 혼을 내신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놀아도 혼나고
혼자서 고무줄 놀이 했지만,
채송화 봉숭화는 안건드린 쪽에서 했는데
밟았서 다 죽었다고 혼내고
이유없이 계속 혼이 났던
어느날 대문 앞쪽 화단쪽에 다시 심겨진
채송화 봉선화도 보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동네 제 또래들과도 못노는 구나
그때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고 동생들도 없고
할머니에게 맨날 억울하게 혼나고
이 때 외로워서 눈물을 잠시 흘린 적이 기억이 나네요
전 한번 혼이 나면
그 다음부터는 친구도 만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만 혼난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욕을 했으니,
민망하기도 했지요
고무줄 놀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새로 심겨진 채송화와 봉선화와
집에 찾아오는 새들
빨래를 말려놨는데 쏟아지는 소낙비와
금새 찾아오는 햇살과
친구를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거의 주말에 오시면서
선물을 사오셨는데,
선물 중 하나가 카세트와 이야기 테이프 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받은 인형들과 그 선물은
할아버지께서 아버지께 강제로 사오라 했던 것 같아요
카세트의 음성과 이야기가 지금도 떠오르네요
성우 목소리와 모모따로 이야기 등
어느 날
아버지께서 오신다고 약속한 날이 곧 제사였죠.
그 때 제사가 참 많았고,
12시가 넘어 제사가 끝났지만,
그 날 밤을 꼴딱 새도 오시지 않은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친척들이 와서 오늘 안온다고 자라고 자라고 했지만,
저는 아버지께서 온다고 약속했다고
끝까지 우기며 잠을 안자고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서 였을까?
고집이 쎄다는 말보다 오지 않는 희망이 깨짐 등
여러 이유로 바람과 별과 햇살과 나무 등의 자연과 친구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다시 가족이 합쳐졌고
88올림픽 개막식 때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고향인 거제도를 떠나
부산 해운대로 전학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느날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버스에서 목걸이만 훔치는 도둑에게
남편이 사준 목걸이를 잃어버린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그 도둑을 발견하고
뒤쫓으면서 사정을 했데
제발 남편이 사준 목걸이를 돌려달주세요
남편한테 혼난다고 빌면서 계속 쫓아다녔데
도둑이 귀찮았는지
어느게 목걸인지 모르겠다며
하나는 던져주고 가버렸데
근데 그 목걸이는 훨씬 비싼 거였다
아마도 부산은 당시 소매치기가 많아서
강도나 도둑을 만나도 절대 대들거나 소리치지 말라는
경고였는데,
6학년 때 들은 그 이야기는 항상 "친구"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친구란,
그 도둑과 같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돌려받을 수도 있고 못받을 수도 있다.
또한 도덕책에서 배운 공자의 말씀에 의하면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서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간다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내가 배울 만한 사람이 있다.
즉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
또한 내가 배울 자세만 있다면,
누구든지 스승이 될 수 있고
모두가 나의 스승일 수 있다.
나에게 다가오는 흑그림자의 친구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그 친구는 나에게는 밝은 빛이 될 수 있고
그 친구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왔던 나는
꿈에서 우물에 빠뜨리려는 아버지의 계모였던 할머니의
현실 속 지속적인 꾸지람으로
친구가 없는 외로움보다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걸
먼저 했고,
그 때 다가오는 사람은
나에게는 항상 좋은 사람일거라고 여기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유도하며 살았습니다.
또한 그들이 누구든 "나"라는 사람은
이해관계로만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틀을 깨고
댓가없이 줄 수 있는, 세상이 너무 삭막해서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도록
노력했는데......
평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