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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시간 12]

Q. 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삶으로 건너가는 길은 어디에서

by 연하

시작될까?


내 삶은 언제나 목표와 성취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나를 이루면 곧바로 다음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고, 적용하며, 실패하면 다시 시도했다. 그 과정이 재미있었지만, 그 모든 움직임 아래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을 해야 했고, 공부해야 했으며,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늘 앞섰다. 잠시라도 쉬면 뒤처질 것 같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삶이 멈출 것 같은 막연한 불안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이 패턴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생존의 습관이었다. 집안일과 학업을 동시에 감당하며 “잠시라도 쉬면 안 된다”는 감각을 너무 이르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 감각은 오랫동안 나를 움직인 연료였지만, 가끔은 나를 소진시키는 독이 되기도 했다. 최근, 몸은 더 이상 속일 수 없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말라버린 강바닥처럼 고갈되었으니, 이제는 멈추라는 경고이다. 20대 후반부터 앓아온 간질환을 그동안 ‘별일 아닌듯’ 적당히 관리하며 살아온 대가였다.


‘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럽고 가벼운 삶으로 건너가야 함을 깨달았다. 그 출발점은 억지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멈춤’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감정을 살피고, 하루를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것. 이 작은 멈춤들이 나를 서서히 자연의 흐름으로 이끌고 있다. 아직 쉼이 두렵고, 나태해질까 불안이 고개를 들지만, 나는 억지로 하지 않는 용기와 몸과 마음의 리듬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워가는 중이다. 이것이 새로운 삶의 첫걸음임이 분명하다. 이제 스스로에게 “해야만 한다” 대신 “이만하면 충분해.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가자”라고 말하고 있다.


2. 현재의 자화상과 실천의 중요성: '앎'과 '삶'의 간극이다.


10월 한 달을 오롯이 나에게 들여다보며 나는 새로운 자화상을 마주했다. 그것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부끄러운 진실이다. 전문가로서 몸과 마음의 관리 매뉴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가치인 ‘건강’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 간질환 관리에 대해 수없이 공부해 왔지만 정작 실천은 극한에 몰렸을 때 잠시뿐이었다. 최근에는 특히 하고 싶은 일(쇼츠 제작, 공부의 희열)에만 몰두했다.


10월은 그런 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시간이다. 재미있는 공부에 빠져 몇 시간이고 의자에 붙어 있었다. 햇빛을 보며 걷고, 요가를 해야 한다는 ‘해야 할 일’의 매뉴얼은 알면서도 외면했다. 결과는 정직했다. 몸은 즉각 반격했고, 아침마다 마치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10월의 나는 완전히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나’였다.

걷기, 명상, 스트레칭, 햇빛—이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게 절실하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걸으려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자연의 감각적 충만함보다는 오직 책을 읽고 배우는 순간에만 큰 희열을 느끼는 과거의 관성이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이 간극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11월 1일부터 건강 계획을 다시 실천했다. 한 달 동안 실천해 보니 “피로감이 확실히 덜 느껴진다”는 몸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아이들에게는 늘 “꾸준함의 힘”을 말해왔으면서 정작 나는 하고 싶은 일에 치여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10월의 나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이 글은 나 자신에게 쓰는 조용한 반성문이다.



[나를 만나는 시간 13]

Q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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