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상식적인 이야기들

<아홉 번째 글> 스토리 6-1. 남성이 여성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by 김용태

16세기 후반 셰익스피어 시대 연극의 에로틱함은 흥미로운 현상이었습니다.


연극의 에로틱함은 셰익스피어 시대 즉 16세기 후반 영국의 대중용 극장에서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영국의 연극계가 유럽 연극의 중심으로 대두되면서 연극이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연극의 인기몰이가 두려웠는지 정부 검열 당국에서 극단의 여배우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극단은 여배우를 둘 수 없었지요.


그 시대 연극 작품들 속에는 수많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주인공 역할을 하는 여성들도 많았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요?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하고 여성 역할 하는 것 외에는 무슨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여성 배우의 부재는 무대 위 단순한 물리적 현상일 뿐 아니라 관객들의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됩니다.


당시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하는 무대 위에서는 복잡 미묘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하고 여성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 격인 그 여성 인물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로 남장을 하고 남자인 척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그 남장 여성 인물은 남자 옷을 벗고 다시 여성 인물로 돌아와 남자 주인공과 행복한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면 여장을 벗고 원래의 남자(배우)로 되돌아갑니다. 복잡하지요?


바로 이러한 과정입니다.


남자 배우 ⇒ 여장 여성 인물 ⇒ 남자로 변장 ⇒ 여성 인물로 회귀 ⇒ 남자 배우로 복귀


당시 관객들도 이러한 혼동을 겪었으리라 싶습니다. 다층적인 성 정체성 변화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한 목격을 넘어 성적 환상이 발생합니다.


극장을 찾아온 남성 관객을 상정해 보겠습니다.


남자 관객이 남자 배우에게 동성애적 감정을 느끼면서 연극은 시작됩니다. 여성 인물 역할로 여장을 하면 이성애적, 그 여성 인물이 남장을 하고 남자인 척하면 다시 동성애적, 남장을 풀고 여성 인물로 돌아오면 이성애적, 그리고 연극이 끝나면 원래의 남자 배우에게 다시 동성애적 감정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돌고 돕니다. 셰익스피어 작품들 특히 사랑의 주제를 다루는 낭만 희극에서 이러한 성적 환상의 순환이 빈번히 벌어집니다.


다음 스토리에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실례로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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