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상식적인 이야기들

<여덟 번째 글> 스토리 5. 연극은 에로틱합니다

by 김용태

이번 스토리에는 간단한 연극과 영화 속성 비교가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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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이라는 표현은 사람과 사람의 “몸”이 만날 때 발생하는 긴장되고 미묘한 화학적 감정 상태라고 정의 내리고자 헙니다. 흔히 대비되는 “아가페”라는 표현은 관계 속에서 “정신”이 만날 때 일어나는 형이상학적인 관념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연극 극장이 에로틱한 공간이라는 말은 이러한 정의에 근거합니다.


오랫동안 대중 엔터테인먼트로 연극이 첫 순위이었습니다. 어쩌면 거의 유일무이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1895년 프랑스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처음 소개되기 이전까지 연극은 그랬습니다. 영화가 등장하면서 연극은 영화에게 2,000여 년 이상 누리던 일등 자리를 내주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배우가 등장해서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연극과 영화 이 두 매체는 유사합니다. 동시에 관객 동원을 놓고 벌이는 어쩔 수 없는 라이벌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등장으로 연극은 약세에 몰리게 됐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제작과 표현 방식, 관객 동원 등에서뿐 아니라 기술적, 상업적 모든 측면에서 연극은 영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연극은 이제는 라이벌이라 할 수도 없이 그저 헐레벌떡 영화 뒤를 쫓는 열등한 매체에 불과한 것인가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절대 가질 수 없고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극 극장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관객의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실제 인간으로서의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배우와 관객 이 둘이 몸과 몸으로 만납니다. 영화의 배우는 알 수 없고 보이지도 않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기합니다. 영화에서의 배우는 스크린에 비치는 이미지로 존재할 뿐입니다. 영화에서는 스크린이 배우의 몸과 관객의 몸의 만남을 방해합니다.


연극 극장에서는 확실히 다릅니다.


객석 제일 앞줄에 앉게 되면 바로 코앞에서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의 땀방울이 보이고, 격정적으로 대사를 읊을 때 튀는 침방울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 비해 연극 공연에서 서로 간의 감정이 훨씬 고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극과 영화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다르게 됩니다. 노출이 심한 영화에 대해서는 검열 시스템으로 등급을 매기기만 할 뿐 비난은 자제합니다. 반면 노출 장면이 빈번한 연극에 대해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하는 비난이 난무하기도 합니다.


연극의 에로틱함이 주는 순기능은 무엇일까요?


몸과 몸이 만나는 에로틱한 매체인 연극에서는 그래서 영화보다 소통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은 자명하겠지요. 소통이 확실하다는 것은 소통의 내용 즉 메시지 전달 효과가 더 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때와 휴대폰 영상을 통한 대화 중 어느 쪽이 메시지 전달 효과가 더 크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듯 말입니다.


연극의 에로틱함은 단순히 감정 교환의 효과를 넘어 이러한 메시지 전달 효과를 촉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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