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글> 에피소드 2. 어느 지인과 연극 한 편 관람 후
“연극은 에로틱하다”
몇 해 전 어느 지인과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 감상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초가을 밤공기가 무척 상쾌해서 종로3가역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한적한 을지로 뒷골목을 거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 지인에게 “연극의 재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툭 던져 보았습니다. 극장 문을 나오면서 그 지인이 연극이 참 재미있더라고 했기에 저는 뭐가 재미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이런 질문을 했던 것입니다. 그 지인의 첫 연극 경험이었기에 초심자의 의견이 가장 솔직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 좌석은 맨 앞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코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옳다구나 하는 마음으로 무슨 감정이었느냐고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배우가 살아 움직인다는 그런 느낌, 감정? 그것도 바로 내 눈앞에서, 뭐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맞아. 배우들을 실제로 바로 눈앞에서 본다는 것, 배우들 역시 바로 앞에 살아있는 관객들을 마주한다는 것, 연극에서 참 중요한 거야. 그리고 네가 들었다는 감정, 그건 아마도 에로틱한 감정일 거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친구는 “에로틱”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름 진지한 연극이었는데 “에로틱”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어처구니없었던 거지요.
저는 “연극은 본디 에로틱한 것이야, 그게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이야”라고 나름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에로틱이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 민망하고 품격을 떨어트리는 말일 수도 있지요. 에로틱이라는 말은 진지한 예술에 쓰면 안 된다는 게 통설 아닐까요? 그날 연극은 심각한 주제의 연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연극의 성격으로 에로틱한 감정을 이야기했으니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연극이 영화와 다른 점들 중 첫 번째로 저는 “에로틱”함을 꼽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연극은 배우의 몸과 관객의 몸이 직접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2> 밑에 “연극은 에로틱합니다,” “남성이 여성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히틀러는 연극배우입니다,”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연극입니다” 등등 제목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