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상식적인 이야기들

<열세 번째 글> 에피소드 3. ≪햄릿≫의 뜬금없는 첫 장면

by 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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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마주할 때마다 그 첫 장면이 참으로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문학과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을 다루게 되는 경우 본격적으로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종종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서양 작가 중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열이면 대여섯 명 정도가 “셰익스피어”라고 답합니다. 옳다구나 하면서, “그러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요”라는 질문을 이어 던집니다. 답은 대부분 ≪햄릿≫입니다.


그렇게 ≪햄릿≫을 소환하면서 “그러면 ≪햄릿≫이 서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겠군요”라고 다소 비논리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이것이 저의 반복적인 ≪햄릿≫ 수업 개시 루틴입니다.


이제 ≪햄릿≫ 수업이 시작됩니다. 1막 1장 첫 장면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큽니다. 주인공 햄릿이 멋지게 등장해서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감동적으로 읊는 장면이리라는 기대는 바로 무너집니다. 첫 장면 내내 햄릿은 아예 등장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군소 인물들 서너 명이 등장하여 이렇게 시작합니다.




바나도. 누구냐?

프란시스코. 아니, 내가 묻겠다. 멈추고 신분을 밝혀라.

바나도. 국왕 만세!

프란시스코. 바나도?

바나도. 그래 날세.

프란시스코. 정확히 시간 맞춰 왔군.

바나도. 막 열두 시를 쳤어. 자러 가게나, 프란시스코.

프란시스코. 교대해 줘서 고맙네. 정말 모질게 춥군.




도대체 ≪햄릿≫은 햄릿 없이 왜 이런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의도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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