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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서띵나라 Oct 29. 2024

제 7화 말에 체하다

<너는 왜 난민처럼 사냐?>


 나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잘 소화시킨다.

하지만 말에 체한다.

사정이 어려워진 나는 40년 지기 친구로부터

돈 400만 원을 빌렸다.

남편은 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 막기를 하고 있었고 부족한 돈을 매번 나에게 빌려달라고 애걸했다. 그 속은 오죽하랴 싶어서 친정식구들을 돌아가며 사정사정해서 돈을 꾸어다가 바쳤다.

 그때도 아마 돈이 급했다. 친구는 아파트 중도금을 모아둔 것이라고 꼭 갚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돈을 빌릴 때는 다짐이 선다..

그래 꼭 갚을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나면 기진맥진해진다. 그래도 해냈었다.

하지만 도대체 그날이 와도 달라지는 상황은 없었고 나는 막막했다.

 친구한테 사정을 얘기하니 딱 잘라 거절했다.

"안돼 나 돈 빌려줘서 아빠도 동생도 다 잃었어.

너마저 그러면 안돼!!"라며 독촉했다.

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직을 해서 퇴직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에서 일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 나는 사직서를 내고 한 달 뒤에 퇴직금으로 정말 딱 400만 원을 받은 것 그대로 친구에게 보냈다.

그 과정에서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여태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

 "넌 왜 이렇게 난민처럼 사니! 언제까지 그렇게 그 모양으로 살래? 진짜 걱정된다.

 니 신랑은 뭐 하고 있는 거냐? 정말 답 없다 야"

....

 돈이 없으면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거구나...

어릴 적 같이 학창 시절을 보내던 친구 맞나?

돈 400만 원에 난 그 친구를 떠났다.

말에 체해 어떤 약으로도 어떤 그 무엇으로도

뚫리질 않고 명치끝만 아파온다.


오늘만 살자!!

오늘만 살아가면 된다!!라고

이 악물고 살아간다.

다시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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