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장소
사람들은 공감한다. 내가 아는 것까지.
이성적 소비에서 감성적 소비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소비자의 감정적 반응이다. 공감이란 감정 반응은 특히,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1909년으로 영국의 심리학자인 Titchener가 감정이입을 의미하는 독일어 “Einfuhlung”을 “Empathy”로 번역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뜻을 가진 공감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Wispé, 1990). 공감(empathy, 共感)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고 정의되며, 우리말로 ‘공감’으로 쓰이지만 한편으로 ‘감정이입’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장소에서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장소”를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경험과 체험, 기억과 의미가 있는 장소 콘텐츠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인천의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이 이슈가 되었다. 1895년 개관한 인천의 애관극장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연장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라니. 이것만으로도 애관극장은 보존의 가치가 있다. 애관극장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도 바로 이러한 것 때문일 것이다. 최초의 공연장이라는 것은 오래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이 공간에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좌) 1950년대 애관극장 전경 / (우) 현재 애관극장 전경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왜 명소가 되지 못하고 공공매입을 고민하는 골칫거리가 되었을까? 심지어 애관극장에서 불과 500m 옆은 “개항로 프로젝트”로 젊은이들에게 레트로의 성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대편으로는 신포시장(인천의 닭강정하면 신포시장이다)이 자리하고 있다.
(좌) 개항로 프로젝트 / (우) 신포시장 골목이렇게 좋은 인프라를 두고, 레트로 열풍이 아직도 SNS를 장악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애관극장이 소위 ‘뜨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관극장에 추억과 기억이 있는 세대는 40대 후반 이후다. SNS를 소비하고 온라인에서 핫플레이스를 공유하는 2-30대는 애관극장을 모른다는 것이다. 개항로 일대를 가보면 알겠지만 놀라우리만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이러한 모습을 유지한 채로 개항로에 담긴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냈고, 소비자들은 바로 이 개항로 프로젝트라는 “콘텐츠”에 반응한 것이다. 그다음은 어렵지 않다. 이미 역사와 스토리가 탄탄한 공간이니 소비자들은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자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은 ‘아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SNS 홍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고 소비자들은 아는 이야기에 반응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아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