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줏대는 어디에
대중성과 고집 사이, 내 줏대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중들은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요즘 유행이 뭔지
기획자이자 브랜딩을 꿈꾸는 내게 뗄레야 뗄 수 없는 0순위 고민들이다.
어떻게 보면 남들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하는 온라인 영업직에 가까운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내 개성은 어떻게 키우고 표현해야할지 고민이 커진다.
기획자에게는 개성을 표하는 것은 사치이고 욕심이려나?
이러한 고민은 브런치 글을 쓰면서도 드는 생각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시작했던 브런치였는데,
어느 순간 중심을 잃고 남에게 비춰지는 것들을 우선시하면서 글을 써내려갔던 것 같다.
결국 이 것들이 나를 숨막히게 해 점점 글을 쓰는 빈도수는 줄어들게 되고,
글을 쓰기 위해 사유하던 모든 과정들이 복잡스럽고 번거로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내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것들도 주변에서 보는 눈이 생기는 순간 욕심과 겁이 동시에 생긴다.
아마도 남들의 말을 다 안듣고 내 고집대로 할 만큼의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참 자연스러운 일이고 빈번한 일이다. 집에서도 부모님의 비위를, 동네에서 친구들의 비위를, 직장에서 상사의 비위를, 취업을 위해 인사담당자의 비위를, 애교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강아지의 비위를!
이렇게 우리는 사회안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무언가를 위해 내 성격과 고집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참 많이 한다. 특히나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참 '나'를 숨기기 쉽다. 내 글이 브런치에 첫 개시될 때, 취업 전 인사담당자에게 나를 어필할 때, 소개팅 첫만남에서 나를 알릴 때, 처음 보는 낯선이가 있는 자리에서 본능적으로 나를 포장하게 된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포장을 하게 된다.
물론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를 어필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이고 필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너무 '나' 자체를 감춰버리다면 그 틀에 갇혀 더 괴로운 순간이 꼭 오게 된다. 그래서 솔직한 '나'와 나의 '장점, 능력' 그리고 '보이고 싶은 모습'들 사이에서 적당한 '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다. 지금의 내가 바로 그 기로에 서있는 듯 하다. 아무리 내가 남에게 비춰지고 싶은 모습이라고 해도 '나'가 아예 담겨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실상 '허언'이고 '사칭'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가진 것을 너무 감추고 낮출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나'만의 kick을 찾아야 하는데, 이전의 나는 그 튀는 점들을 다 감추려고만 했던 것 같다. 특이한 점들은 줄곧 남들에게 걸리적거리는 특징일 수 있으니 말이다.
'나'답지 않은 것들은 이제 억지로 하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나'다운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요소들은 억지로 안고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내가 나답게 살 수 없게 만드는 것들에 미련을 갖지 말아야겠다.
박막례 할머니가 말하셨던 것 처럼.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야"
부디 나와 결이 맞는 회사와의 연이 잘 맞아 즐겁게 일하게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