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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l 29. 2024

반추

나의 반추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살다 보면 타이밍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이 타이밍

은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타이밍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해요. 타이밍이 좋았을 때는 내가 원하고 바라는 일들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이밍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그런데 저에게는 왜 이렇게 좋지 않은 타이밍들만 존재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과거를 곱씹는 일은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습니다. 최대한 잊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이 나를 더 위한 일이기도 하죠. 저는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는 일을 달고 사는 사람이에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들이 저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썩 정신이 건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더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솔직하게 저의 모든 것을 글로 토해내는 중이기도 합니다. 그냥, 인생에 타이밍이라는 것이 정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면, 저는 이 타이밍을 이용해 지난날의 기억들을 전부 삭제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내가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고, 그것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떠오르고 기억이 날 정도로 힘든 일들이라면 차라리 삭제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정말 자주 했습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하며 과거로 돌아가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싹 없애 버리는 것이죠. 마치 드라마처럼요. 그렇다고 사람에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저는 그냥 저와의 움을 매일 하는 중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자연스럽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억지로 그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언젠가 저에게 물어봐 주신 분이 계셨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요. 제가 술을 자주 마시는 것도 그냥 술을 마시면 몸이 나른해지고 잠에 쉽게 들 수 있으니까 마시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을 멈출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대화가 시작됐는데, 저는 제 페르소나를 철저히 갖추고 살아가는 인간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줄 알았는데, 페르소나 뒤에 숨겨져 있던 저의 속내를 알아주셨습니다. 저에게는 아무래도 신기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꾸밈없는 저를 알아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던 대화를 나눴던 적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힘들어져요. 가라앉은 이 기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바닥을 하염없이 기어가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이런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서 사실 한동안 누워만 있었고, 삶에 어떤 의욕도 들지 않았고, 정말 무기력했어요. 사실 제일 답답한 사람은 저였는데 이런 제 솔직한 이야기를 그 어디에 들려줘도 들려오는 말들은 거의 네가 더 힘들지 않아서 그렇

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마저도 속상하더라고요.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은 사치인 것을 알면서도요. 힘든데 힘들다고 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지 궁금해하면서요. 그러면서 또 느꼈어요. 내가 매일을 살아내는 일은 왜 이렇게 힘들고, 외롭고, 고독한지를요. 이렇게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을 오에 견디고 나면 오후가 시작됩니다. 그나마 밖에 나가 있을 때면 저의 밝고 긍정적인 페르소나 덕분에 조금이나마 살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에 혼자 있는 걸 잘하지는 못합니다. 혼자 가만히 있으면 반추에 잡아먹혀서 살 수가 없거든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고, 산책하고, 햇볕을 쐬고, 좋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그렇게 지내는 것 같아요. 나름 저만의 해소 방법이죠. 그래도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꽤 많이 나아진 편입니다. 나아지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병행하고 있고, 우울감이 나를 자주 집어삼켜도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힘이 생기게끔 열심히 저를 다독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씻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저는 이러한 저의 우울도 수용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전부 씻겨져 내려가진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씻기긴 씻기겠죠. 인생에 되돌아가기 단추가 있다면 저는 그 단추를 열댓 번은 누르는 사람일 것 같아요. 그렇지만, 슬픔이 가는 길에 슬픔만 있진 않음이 분명하고, 기쁨도 분명 함께할 것이니, 앞으로도 힘을 내어 보려고 합니다. 이런 나조차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물론 정말 정말 고맙겠지만, 사람에게 기대하기보단 저를 제가 잘 돌보고 잘 알아주는 사람이 되는 편이 훨씬 살아내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혹시 저처럼 우울하신가요? 힘든 일을 겪으셨나요? 마음이 매우 아프신가요? 둠 속을 걷고 계시는가요? 아픈 기억에 갇혀 벗어나기 어우신가요? 분명 내가 걷는 길에 슬픔만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저 멀리서 행복과 기쁨도 뒤따라오고 있을 것입니다. 살아내는 일이 어렵고,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겠지만, 멀지 않은 곳에 행복은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하루를 잘 살아낸 당신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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