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도 전진
지사의 상황은 암담했다.
지사의 한 달 유지비 5500불 이었다.
회사 사무실 임대료.. 직원 급여, 법인세, 복합기 렌트비 등 가만히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5500불
딱 3달치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당장 뭔가를 해야한다. 무서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은 그저 어미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본사에서도 이 내용을 알고있었고, 매출이 더이상 나지 않는 지사에 더는 투자하고 싶지 않았던
회장님은 철수를 하라고 했지만
베트남 시장을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고 판단한 임원들이 자금지원은 없지만 제품으로 일단 밀어줄테니
일단 컨테이너를 수입해서 판매 한 돈으로 운영을 해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매출이 나오면 회장님도 생각을 바꾸실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막막했다.
스스로 찾아야했다.
고민했다.
우선 베트남 내수시장에 가장 인기있는 핫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우리 회사 PB 제품들은 대부분 한인마트에 들어가는 제품들이었고
NB제품들은 이미 다른 수입사들이 수입을 하고 있어서 경쟁력이 없었다.
PB제품들 중 베트남 한인 20만 시장, 그리고 현지인들에게도 수요가 있을 만한 제품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발품팔아 얻은 정보로 얻은 몇 가지 아이템이 있었다.
미역, 쌀과자, 어묵, 소주, 간장, 소스, 김 등..
선택을 해야했고 나는 어묵을 선택했다.
어묵은 한베 FTA 무관세 제품이기도 했고 당시 수협에서는 어묵이 한국의 수출 장려상품이기도 해서 꽤 괜찮은 가격에 수입시킬 수 있었다.
해상운임, 운송비,,, 등 계산해보니 베트남 현지 어묵이랑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었다.
참 무식했다.
1KG짜리 어묵를 20피트에 꽉채워서 한 제품으로 수입을 했으니..
본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동남아시장을 아주 몰랐던 것이다.
우리같은 수입사들은 최소 15가지~ 많으면 100가지 까지 섞어서 한 컨테이너에 실어왔었다.
재고부담도 없고 현금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당연한 방법이지만
지사가 수입사전허가를 많은 제품을 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그렇다고해서 수입사전허가비용 또한 만만찮았기에
본사에서도 유통기한 2년 동안 1컨테이너 못팔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천 박스를 부산에서 싣고 대한해협을 지나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헤쳐 3500KM를 달려온 배에 싣고 온 내 컨테이너 문을 열었을 때
너무 무서웠다. 이걸 내가 다 팔 수 있을까?
결론은 다 팔았다. 1년 6개월 걸렸다.
거래처도 하나도 없이 아이스박스에 어묵을 들고 마트를 돌면서, 급식업체, 식당, 도매처를 돌면서 한박스 한박스씩 팔았다.
무식해 보일 몰라도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60곳이 조금 넘는 "내" 거래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