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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지기 Nov 14. 2024

문해력 진단테스트보다 중요한 것


문해력 진단 테스트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평소 가깝게 지내는 대치동

모 논술학원 원장 선생님이 최근에 실제로 겪은 이야기다.


어느 날 가르치는 학생 가운데 6학년 학생 어머니가

심각한 목소리로 상담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학원에서 이번에 문해력 테스트를 했는데 초등 1학년 수준이래요.

문해력이 이 정도 수준이면 수능 문제를 풀 수가 없대요.

읽는 속도가 이렇게 느리면 지문도 다 못 읽고 시험이 끝난대요.


실제로 이 학생은 가르치는 학생 가운데 매우 성실하고

독서 능력이 상당히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테스트지를 찾아 따로 아이에게 풀어보도록 했다.

이 학생은 고등학생도 풀기 어려운 수능 수준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고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다.


최근 교육계를 관통하는 핫 트렌드를 꼽는다면

단연  ‘문해력’이 선두를 차지할 것이다.

특히 독서 교육 분야에서는 문해력 레벨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의 문해력을 진단하고

이를 학습 능력과 연계하여 엄마들의 조급한 마음을 자극한다.



문해력 진단 테스트에 대한 신뢰도


독서에서 문해력 특히 중요하다.

문해력에 따라 이해도와 깊이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이것저것 따지기에 앞서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와 문해력 진단 테스트의 신뢰도!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영상과 다른 볼거리들이 넘치도록 풍성한 이 시대에도

우리가 아이들에게 굳이 책이란 걸 읽히고 싶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책을 얼마나 빨리 읽느냐?

책 속에서 몇 개의 어휘를 익히고 외웠느냐가 실로 중요할까?



출처 : 픽사베이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서를 통한 깨달음이다.

사유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단 하나라도 아이들이 배우고 깨닫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이 독서의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고

그런 즐거움이 쌓여 독서의 올바른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어휘력과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기계적으로 글 속의 아는 단어가 몇 개인지로

글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은 아주 협소한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문해력이 아이들의 학습력과 연동되는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해력을 진단하는 기준이

과연 어느 정도의 정확도를 지니느냐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그 문해력 진단 평가가 얼마나 믿을 만 한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중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사교육 기관에서 내세우는 기준과

그 결과에 따라 마음은 움직일 것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흐려진 생각이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들은 책 읽는 기계가 아니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속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에 맞게 읽는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아이는 행간을 깊이 있게 읽느라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남들보다 오래 갖느라 늦어지는 것일 수 있다.

빨리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의미 있는 독서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빠르다고 무작정 대충 읽었다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다.

독서 습관이 잘 다져지면 책 읽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이렇게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기준으로 아이들이 책을 읽는데

문해력 진단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까?

아이들은 지금 성장하는 중이다. 완료가 아니라 진행형이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의 교육에 대한 확신과 가치이다.

부모와 선생님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은 기다림이다.

그보다 가치 있는 교육, 그보다 효과적인 교육은 없다.

교육 앞에 언제나 조급함이 앞서는 학부모를 자극하고 선동하는 문구에

제발 가벼이 흔들리지 않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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