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이들이 건네는 여유 <그린다는 것>

by 사각지기

0세부터 100세까지

반짝이는 뇌를 위한 그림책 생각노트




르익은 이들에게는

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침착함과 차분함이 있다.

어쩌면 통달한 자의 여유 같은 것.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운동을 잘하는 선수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

이들에게는 힘을 잘 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테면 자랑을 늘어놓지 않아도

절로 묻어나는 기품 같은 것.


술도 운동도 그리고 인생도,

힘을 빼는 순간 편안해진다.

도를 닦는 수련의 과정도

궁극의 목적은 힘을 빼는 일이다.


힘을 빼면 스스로를 낮출 수 있다.

뭔가를 아는 이들일수록 자세를 낮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경지에 이르면

쉽사리 '다 할 수 있다'거나

'다 안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기에 그렇다.


히 대가로 보이는 이들에게

이제는 눈 감고도 부를 수 있지 않느냐?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지 않느냐?

발로도 쓸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물으면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 정도라고 답한다.

정복했다는 얘기를 쉽게 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들의 마음에는

아마추어 시절의 초심이 늘 살아있다.


이들의 이 같은 자기 단련의 과정으로 빚어낸 것들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마치 본디 그러한 자연을 보는 것처럼,


일본 작가 이세 히데코의 <그린다는 것>을 보면

대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에 매료된다.

오랜 숙고 끝에 비로소 '그린다는 것'에 대해

작가가 스스로 깨친 것들을

페이지 한 장 한 장에 실어놓았다.



책 속으로





image.png?type=w773 <그린다는 것> 앞표지




전시회를 앞둔 작가가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단지 눈앞에 보이는 표면적인 현상이 아닌

세월의 무늬를 읽고,

몇 억 광년의 시간을 거슬러

별도 달도 바람도 안개도

온전히 느끼려는


보는 것이 아니라


깨우쳐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찾는......


작가 마음의 격랑이 살아있다.


image.png?type=w773 <그린다는 것> 본문





달을 훔쳤다.


오늘은 저녁노을의 빨강을 얻어왔다.


<그린다는 것> 본문




침없이 달을 훔쳤다고 말하는 작가!!

인간이 가장 훔치고 싶은 아름다움은

자연을 떠나 상상할 수 없다.

자연의 빛깔, 자연의 형상, 자연의 소리

자연과 가장 닮아있을 때가 아름다움의 최고치다.



image.png?type=w773 <그린다는 것> 본문



또 마음에 머무는 한 대목



어제와 오늘은 이어져 있다.

눈, 하늘이 보낸 편지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억은 하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린다는 것> 본문




전시회를 앞둔 한 작가의

설렘과 긴장과 고뇌가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오는 그림책

풍경마다 뻔하지 않으면서 낯설지도 않다.


묵묵히 퍼지는 수채화가 주는

묵언의 아름다움으로 꽉 차 있다.

'그린다는 것'에 대해 작가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사뭇 미루어 짐작해 보게 된다.


image.png?type=w773 <그린다는 것> 본문


구체적인 자연 현상과 형상들이

추상적인 개념과 매끄럽게 포개져

장면마다 시화다.


현실을 뒤로 한 채

캔버스 속으로 홀연히 과감한 걸음을 내딛는 마지막 페이지는

끊임없이 영감을 찾아 떠나는 작가의 다음을 고대하게 한다.




image.png?type=w773 <그린다는 것> 본문




39072828619.20230401071815.jpg 그린다는 것/저자 이세 히데코/출판 천개의바람/발매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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