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부터 100세까지
반짝이는 뇌를 위한 그림책 생각노트
한 세대만 거슬러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자개장.
자개장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누구라도 그 안에 함께 했던 시간을
소환하며 아련해지기 마련이다.
자개장!!
그야말로 한때는
고고한 자태와 화려한 빛으로
집안 인테리어의 중심이었다.
그 시절 자개장은 그 어떤 조명보다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자개장에는 바닷속 조개들이 품은
수억 수만 년 자연의 시간이 스며 있다.
자개장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공은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그 어떤 명품과도 비할 바가 못 되며,
존재감 또한 감히 다른 가구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품고 있다.
그러던 자개장이 언제부턴가 촌스러운 옛것으로
치부되어 구석으로 내몰리면서
하나둘씩 버려지기 시작했다.
자개장이 있던 자리에는 심플한 현대식 가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전통적인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살리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가 각광을 받으면서
현대적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자개장도 본연의 멋진 자태를 새롭게 인정받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짜잔~~
자개장의 오로라 광채를 뽐내는 그림책이 나타났다.
<자개장 할머니>!!
일단 '세상에 자개장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와 관찰력과
집요함에 놀라게 되는 작품이다.
책 속으로
우리 집은 망했다.
큰 물건 하나 챙겨 급하게 이사를 했는데
엄마는 자개장을 골랐다.
<자개장 할머니> 본문
집이 망해서 챙겨갈 큰 물건 하나로
자개장을 선택한 엄마,
이 자개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물건으로,
엄마가 이 자개장을 선택한 이유는
자개장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엄마의 그런 마음과 달리
나는 자개장이 싫다.
덩치는 큰데 나오는 건 이불밖에 없어서다.
어느 날 친구 데이에 초대를 받아 가 본 태권도장,
친구도 많고 최고여서
다음 날 또 갔더니
사범님이 어른이랑 같이 오라며 나를 내보냈다.
엄마, 아빠는 바쁘고
온종일 나랑 같이 있는 건 자개장뿐이지만
자개장 속 나비랑 학은 빛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른이 필요하다고 투덜거리는 나에게
불쑥 나타난 할머니
짜잔
나오라면
나와야지~
……
아니~ 아니~,
나는 자개장 할머니!
<자개장 할머니> 본문
사랑이 꽉 찬 곳에서 살다가 불타는 마음이 부르면 나온다며
자개장 할머니는 나에게
태권도를 매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데리고 나선다.
나를 데리고 길을 나선 자개장 할머니는
복숭아에는 빛을 잃지 않는 씨가 있다며
복숭아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파도 타고 굽은 산 넘어
가까스로 찾아낸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할머니와 나는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꿀맛 같은 복숭아를 먹는다.
복숭아를 다 먹은 뒤에는
복숭아씨를 챙겨 태권도장으로 간다.
할머니와 함께 하니 움츠렸던 어깨도 쫙 펴진다.
자개장 할머니는 나를
'힘든 일 다 견디고도 보석을 찾을 줄 아는 아이'라며
사범님에게 소개한 뒤
빛나는 복숭아씨를 꺼내 내놓는다.
사범님은 너무 귀한 것이라 받을 수 없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가르침보다 귀한 것은 없다며 받으라고 한다.
자개장 할머니가 옷을 상 위에 펼치면
밥상이 나오고
바닥에 옷을 펼치면
방이 따뜻해졌다.
자개장 할머니는 나에게 맛난 저녁상을 차려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다음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난다.
"아, 그리고 말이다.
사랑이 담긴 것들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란다.
사랑이 담기면 뭐든 다 귀해지는 법이니까.
네 엄마가 잘한 거야."
<자개장 할머니> 본문
물질의 지나친 풍요 속에 사는 우리들에게
현대인의 필수 덕목처럼 여겨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미니멀리즘이다.
단순하게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라고
그래야 세련된 삶이라고 말한다.
단정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잘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이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거나 득하는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아야 할 것은 '쓰임'이다.
필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구매할 일도
당장 유행이 지났다고 무작정 버릴 일도 아니다.
쓰임이 있는 물건이라면
아무리 오래된 물건이라도 가치가 있으며
아무리 새 물건이라도 쓰임이 없으면
그만이다.
어떤 물건을 쓰임새 있게 활용하는 일은
낡고 오래된 것이라도
그것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자개장 할머니>는
자칫 잊고 사는
세대를 거쳐 이어오는 전통과 가치,
쓰임과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자개장 할머니> 독후 활동
엄마가 이사를 하면서 큰 물건 하나로 자개장을 선택한 이유는?
나는 왜 자개장이 싫은가?
자개장 할머니와 함께 간 곳은?
자개장 할머니가 태권도 사범님께 준 것은?
할머니는 사범님께 나를 어떤 아이라고 소개했나?
자개장 할머니가 엄마가 자개장을 버리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이라고 한 이유는?
자개장 할머니가 떠난 이후, 내가 우리집은 망했다고 했던 말을 취소한 이유는?
우리집에도 자개장과 같은 오래된 물건이 있나?
귀한 가치가 있는 물건은 어떤 물건인가?
나에게 자개장과 같은 물건은 어떤 물건인지 소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