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 뒤로 알람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몸이 먼저 깬다.
오늘도 출근이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대기발령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소리가 크다.
사람 앞에서는 조용히 떨어지지만, 혼자 있을 때는 계속 울린다.
“대기.”
“발령.”
둘 다 나를 멈춰 세우는 말이었다.
회사는 나에게 더 이상 일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에 있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매일 출근하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명령.
그게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었다.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아침 햇살이 유난히 차갑게 유리창에 부딪혔다.
출입증을 찍는 소리가 복도에 혼자 울렸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나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사무실 문을 열자, 불 꺼진 공간이 나를 맞았다.
의자들은 제자리에 있었고, 책상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시간이 나 없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불을 켰다.
불이 켜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 공간이 살아나기까지는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다시 살아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긴 무인도다.’
출근은 하고 있지만, 나는 표류자였다.
조직이라는 배에서 조용히 밀려나, 이름 없는 섬에 홀로 남겨진 사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비유가 너무 정확해서 웃음이 나왔다.
창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올렸다.
회사 뒤편 공터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경계도, 서두름도 없는 걸음.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양이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안녕.”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고양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게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무시당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사를 받아준 것 같았다.
책상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 할 일은 없다.
내일도, 아마 그다음 날도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출근할 것이다.
표류자는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섬에 남아 있어야 하니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창밖을 봤다.
아까 그 고양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무인도, 표류, 생존.
그리고 수염이 덥수룩한 한 남자.
“설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그냥, 무인도에 출근한 첫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