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자, 배보다 먼저 시계가 울렸다.
12시 정각.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조직을 떠나도 시간표는 남아 있었다.
구내식당은 가지 않는다.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사람을 피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 앞에서 나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잊어버린 상태였다.
전자레인지 앞에 서서 도시락을 데웠다.
‘삑’ 하는 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렸다.
너무 크게 울려서 괜히 주위를 둘러봤다.
물론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안도감과 함께 묘한 쓸쓸함이 따라왔다.
책상에 앉아 혼자 밥을 먹었다.
숟가락이 반찬통에 닿는 소리, 종이컵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이렇게 조용한 점심은 처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오래 지속된 적이 없었을 뿐이다.
창밖을 보니 어제 봤던 그 길고양이가 다시 나타나 있었다.
오늘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둘이었다.
서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리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햇볕을 나눠 쓰고 있었다.
“점심 먹냐?”
나도 모르게 물었다.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소리를 내고 싶었을 뿐이다.
침묵이 너무 길면, 사람이 자기 생각에 빠져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우연일 것이다. 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움직임이 “먹는다”라는 대답처럼 느껴졌다.
“그래, 잘 먹어라.”
혼잣말이 점점 대화처럼 변하고 있었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회사에서는 늘 사람들 말의 절반만 이해하면 됐지만, 고양이와의 대화는 전부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은 항상 위험하다.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창가로 가 고양이들을 계속 바라봤다.
“여기, 좀 춥지?”
이번엔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두 마리 모두 눈을 가늘게 뜬 채 가만히 있었다.
마치 “그 정도는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웃었다.
사람과 이야기할 때보다 훨씬 편했다.
고양이들은 묻지 않았다.
왜 혼자냐고, 언제까지 다닐 거냐고, 퇴직 후엔 뭐 할 거냐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양이 말을 알아듣는 건가, 아니면 고양이들이 내 말을 이해해주는 건가.’
그 순간, 사무실 어딘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철퍽, 하는 이상한 소리.
이 건물에는 누수가 없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없었다.
대신, 알 수 없는 냄새가 아주 잠깐 스쳤다.
젖은 천과 오래된 나무가 섞인 듯한 냄새.
바닷가에서 맡아본 것 같기도 한 냄새였다.
“기분 탓이겠지.”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창밖의 고양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아직은,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