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겨울이 끝나간다는 걸 고양이에게서 먼저 배웠다

by 가을하늘 추천

아침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차갑기는 했지만, 살을 베는 느낌은 아니었다.

숨을 들이마셔도 목이 덜 아팠다.

겨울이 끝나간다는 걸, 그날 나는 고양이에게서 먼저 배웠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이전 같았으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지만, 바로 닫고 싶지는 않았다.

바깥 공기에는 미세하게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고양이들이 늘어 있었다.

어제는 한 마리였는데, 오늘은 세 마리였다.

햇볕이 드는 자리로 몸을 옮기며, 서로 간격을 조정하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합의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봄 오냐?”

내가 물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대답 대신, 몸을 길게 늘였다.

그 움직임 하나로 충분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흘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시간을 버린 느낌도 아니었다.

커피를 두 잔 마셨고, 복도를 한 번 돌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메모장을 열었다.

글을 쓰려는 건 아니었다.

그냥 적고 싶었다.

‘오늘은 햇볕이 어제보다 따뜻했다.’

그 정도의 문장.

크루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은 이 정도를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사무실을 나섰다.

처음으로 회사 주변을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늘 지나다니기만 하던 길, 그 옆에 작은 화단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흙 위로 아주 작은 새싹이 올라와 있었다.

“이런 게 있었네.”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닿은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앞을 가로질렀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잠시 멈춰 서서 나를 올려다봤다.

“그래, 나도 알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기발령은 끝나지 않았고, 퇴직 날짜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전부 기다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다.

오후 햇볕이 사무실 바닥에 길게 들어왔다.

그 빛 위로 먼지가 떠다녔다.

예전 같았으면 더럽다고 느꼈을 장면이, 그날은 묘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퇴근할 무렵, 크루소가 잠깐 나타났다.

문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You changed.”

변했다는 말.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조금.”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예전처럼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겨울이 끝난다는 건, 갑자기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차가움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라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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