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됐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면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창밖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복도를 걷고 있으면 조용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하면, 정확히 그 순간이었다.
커서가 깜박이기 시작하면 그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에는 의자에 앉지도 않았다.
내 뒤에 서서 모니터를 내려다봤다.
숨소리가 가까웠다.
예전처럼 심한 악취는 없었지만, 여전히 불쾌한 냄새가 났다.
오래된 배 안, 젖은 밧줄 같은 냄새.
“No. Stop.”
그가 말했다.
이번엔 명령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싫어해요?”
나는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이제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아도 됐다.
그가 실재하든 아니든,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는 대답 대신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뻗었다.
키보드 위에 굵은 손가락이 올라왔다.
내가 쓰려던 문장 위에.
‘나는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 문장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지우는 흉내를 냈다.
“You write, You move.”
네가 쓰면, 여기서 떠난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는 내가 떠나는 걸 싫어했다.
무인도에 혼자 남는 게 두려운 쪽은, 오히려 그였다.
“난 그냥 기록하는 거예요.”
내가 말했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성공담도 아니고.
그냥, 여기 있었던 시간을 적는 것뿐이에요.”
그는 잠시 멈췄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마치 오래전 자신이 남기지 못한 것들을 보고 있는 사람처럼.
그날 나는 짧은 글을 하나 썼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도, 발표할 생각도 없는 글이었다.
오늘의 햇볕, 고양이의 꼬리, 복도의 정적 같은 것들.
문장을 하나 완성할 때마다 그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졌다.
“You go home.”
그가 낮게 말했다.
처음으로, 그 말이 위협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니요.”
나는 키보드를 치며 대답했다.
“아직은요. 근데 언젠가는 가겠죠.”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아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문 쪽으로, 그림자 쪽으로.
창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짧고 분명한 소리.
이번엔 부르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소리였다.
나는 저장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크루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날 이후로도 그는 가끔 나타났다.
하지만 전처럼 방해하지는 않았다.
마치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인 사람처럼, 멀찍이 떨어져 서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글을 쓴다는 건, 도망치는 게 아니라 돌아갈 방향을 확인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