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밖은 새벽 여명으로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오늘따라 목과 어깨가 유난히 뻐근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밤새 나쁜 꿈을 꾼 모양이었다.
한쪽으로 오래 누운 채 새우잠을 잤는지 왼쪽 옆구리와 허리도 결렸다.
오른쪽 어깨를 돌리자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가늘게 찢어내는 듯한 미세한 통증이 밀려왔다.
‘오십견인가?’
습관처럼 커피메이커의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밤새 가라앉아 있던 집 안의 공기를 단숨에 바꿔버리려는 듯, 진한 원두커피 향이 구석구석 퍼져 나갔다.
밖은 아까보다 조금 더 밝아져 있었다.
오늘은 하루 연차를 내고 아내가 있는 병실에서 저녁때까지 함께 지내기로 한 날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네 차례의 항암치료와 지겨웠던 서른세 번의 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아내 몸속의 암세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채 주변 장기로 퍼져 나갔다.
자꾸만 야위어 가는 아내를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주치의의 권유대로 일주일 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차로 삼십 분쯤 걸리는 종합병원은 큰딸이 태어날 때부터 우리 가족에게 많은 추억이 쌓인 곳이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 입구로 들어서는 내내 기분이 몹시 가라앉았다.
그래도 아내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려고 애썼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이 웃고 떠들었다.
마치 피에로, 어릿광대가 된 것처럼.
호스피스 병동은 병원 본관을 지나 조금 더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도심에 있는 건물치고는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병동 주변을 빽빽한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었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어 작은 숲속에 들어온 느낌도 들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울지 말고, 잘해보자.’
아내의 병실은 3층 307호였다.
형형색색의 링거를 주렁주렁 매단 채 휠체어에 앉아 있는 환자들과 보호자 몇 명이 승강기 앞에 서 있었다.
같이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비상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고작 3층이었지만 운동 부족인지 숨이 조금 찼다.
복도를 지나 307호실 출입문 앞에 섰다.
그런데 명패에 아내의 이름이 없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설마… 아니겠지.’
출입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눈앞에 보인 것은 텅 빈 침대뿐이었다.
‘어디 간 거지?’
나는 황급히 병실을 나와 1층 데스크로 내려갔다.
호스피스 병동이라서인지 근무 중인 간호사들은 본관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아내의 이름을 말하며 307호에 없다고 하자, 간호사는 입원 환자 목록을 확인하더니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입원한 환자 중에 OOO님은 없는데요. 혹시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세요?”
“아닙니다. 분명히 일주일 전에 일반병실에서 여기로 옮겼습니다.”
“잠시만요.”
간호사는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내를 확인하는 듯했다.
“응. 알았어. 수고해요, 언니.”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OOO님은 지금 일반병실에 입원 중이세요. 저희 병동으로는 내일 오시는 걸로 되어 있고요.”
“그럼… 혹시 오늘이 며칠이죠?”
간호사는 벽에 걸린 달력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잠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사무적인 미소로 돌아왔다.
“9일인데요. 화요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