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꿨다.
한적한 공원을 혼자 걷고 있었다.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안했다.
산책로는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양옆의 가로수들은 오래돼 보였다.
숲속을 걷는 느낌이었지만
사택 근처에 이런 곳은 없었다.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빛으로 보아
정오 무렵쯤 되어 보였다.
산책로 양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벤치가 놓여 있었지만
앉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심시간이라면 붐볐을 법한 공원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한참을 걷다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하얀 머리카락 덕분에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갔지만
노인은 그가 온 줄도 모르는 듯했다.
키와 체격은 그와 비슷했고
나이는 칠십은 넘어 보였다.
두꺼운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짙은 색 재킷 위에 조끼를 받쳐 입었으며
갈색 단화를 신고 있었다.
단정하고 차분한 차림이었다.
노인은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더는 못 기다리겠다. 지금 당장 애플을 팔아야겠어.”
그는 말을 걸지 않고
그 자리를 지나쳤다.
하지만
‘애플을 팔아야겠어’라는 말과 함께
스마트폰을 소중한 것처럼 움켜쥐고 있던
그 손이 유난히 또렷하게 남았다.
깊게 패인 주름,
눈에 띄는 검버섯.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며칠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애플 주가가 급락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소프트웨어 결함과 전량 회수 소식,
디자인 관련 국제 소송 뉴스까지 겹쳤다.
그는 애플을 한 주만 보유하고 있었기에
금전적 손실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꿈속에서 들은 말대로
미리 팔았더라면
손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