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그는 또 비슷한 꿈을 꾸었다.
한적한 공원.
그는 다시 산책 중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지난번처럼 백발의 노인만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노인은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한 채
낮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머스크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금 사두면 도움이 되겠지. 얼마나 사야 하나.”
그는 순간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를 떠올렸다.
분명 ‘머스크’라고 했다.
지금 사두면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급히 스마트폰을 찾았지만
사무실에 두고 왔다는 걸 떠올렸다.
공원을 빠져나오려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노인이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꿈을 맹신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노인의 말은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최근 테슬라는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소식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금액이었다.
얼마를 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며칠을 망설이던 끝에
노인의 말이 결정타가 되었다.
은행이 문을 열자마자
연말에 가입해 두었던 정기예금을 해약했다.
자녀를 캐나다로 보내기 위해 모아둔 돈이었다.
그 돈을
그날 밤 테슬라에 넣기로 했다.
프리마켓부터
주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이번엔 본 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유난히 더디게 흘렀다.
그는 매매 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드디어 장이 열렸다.
초반에는 등락이 반복됐다.
그는 결국
시세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매수 버튼을 눌렀다.
“매매가 전량 체결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기계적인 여성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도는 잠시였다.
테슬라는 변동성이 심했다.
잠시 후
주가가 파랗게 돌아섰다.
순식간에 급락했다.
‘그럴 줄 알았지.’
‘그 늙은이 말만 믿고…’
‘아버지처럼 실패할 거야.’
눈앞이 흐려졌다.
냉장고에 있던 소주를
안주도 없이 들이켰다.
모자라
체육복 차림으로 편의점에 뛰어갔다.
다시 소주를 사 들고 와
연거푸 마셨다.
머리가 핑 돌았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온몸이 가려웠다.
속이 울렁거렸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는
소파에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날 밤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