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앞에 도착했을 때
불현듯
잊고 지냈던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여름,
학교에서 자취방까지
손을 잡고 뛰던 골목길,
자주 가던 커피숍과
호프집, 비디오방.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놀다가
막차를 놓쳐
어쩔 수 없이
원룸에서 함께 보냈던 밤.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금방이라도 들킬 것만 같아
밤새 조마조마했던 기억.
곤히 잠든 그 아이에게서 나던
달콤한 숨 냄새와
차마 고백하지 못한 말들.
그 기억들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그 기억을
왜 그동안 잊고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