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분이 별로였다

by 가을하늘 김민규

지난 주말, 평택 집에 다녀왔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별히 기분 나쁜 일이라면 토요일 오전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누군가가 박은 정도였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과하며 곧바로 보험처리를 해주었고, 월요일 퇴근 후 가까운 정비소에 수리를 맡기면 된다. 차가 수리되는 동안 렌터카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기분이 별로였다.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차 사고가 없었더라도 이번 주 퇴근 후에 특별히 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덕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긴 셈인데,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괜히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지난 주말, 집안에서 혼자 부산을 떨었다. 작은방에 있던 큰 책상을 큰아이 방의 것과 바꿨다. 그전까지는 양쪽 방을 모두 큰아이가 쓰고 있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서재 겸 작업실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작은방을 어느 정도 정리해 놓고 대구 숙소에서 가져온 짐을 옮겼다. 짐이라고 해봐야 겨울 옷가지와 여름 이불, 그동안 그렸던 그림이 전부였다. 옷장에 옷들을 걸어두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집안에서 계속 몸을 움직였다.


숙소에 남아 있는 짐은 2주 뒤 퇴거한 이후에 마저 옮길 예정이다. 당장 입을 옷 몇 벌과 이불, 주방기구들만 남겨두었다.


다음 달부터 작은방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해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가슴이 답답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3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는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상황이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또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어떤 모습일까.


지난 주말 기분이 별로였던 이유가 차 사고 때문이었는지, 짐을 옮긴 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동안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준비해 왔다. 그런데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잘하고 있어.
OO야.
나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