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아

by 가을하늘 김민규

사전 공지도 없이, 아침부터 공사 인부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하필이면 내가 쓰는 사무실이었다.


관계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러고는 오늘 하루 임시로 쓸 사무실을 급히 수소문했다.
다행스럽게도 맞은편 사무실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급하게 들고 갈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 해봐야 퇴근할 때 갈아입을 옷과 신발 정도.
스마트폰 거치대와 충전기는 필수다.
그리고 소설책 로빈슨 크루소를 챙겼다.


천공기가 콘크리트 벽을 때리는 소음과 진동이
온 건물에 퍼져나갔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처음에는 왜 하필 나만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소음과 진동은
내 사무실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맞은편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나 혼자만 괴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아직은 이 조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연대감 비슷한 감정도 느껴졌다.


오늘 하루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P.S.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오늘 글쓰기에 성공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