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디에서

by 가을하늘 김민규

작년 3월부터 운동 삼아 걸어서 출퇴근했다. 그래 봐야 숙소에서 사무실까지 채 15분이 안 걸렸지만.


걸을 때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조용한 재즈 음악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이건 일부러 넣은 거니 피식 웃어달라.)


오늘 아침, 마지막이라는 걸 알면서 그 길을 걸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화려하게 만개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재즈 음악이 더욱 감미롭게 느껴졌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Where Do You Start.
Brad Mehldau Trio의 연주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이제 곧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혼자 견뎌왔던 시간이 음악과 함께 겹쳐졌다.


다시,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생각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다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