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싸기 시작한 건 며칠 전부터였지만,
종이상자들에 테이프를 붙인 건 어젯밤이었다.
청소와 짐 싣기를 마치고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던 찰나,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방에 넣어뒀나? 없네. 숙소에 두고 왔나?’
시동을 끄고 다시 올라가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어봤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지갑 안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신용카드와
약간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찾지 못한다면 낭패였다.
‘분명히 어젯밤까진 식탁 위에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사무실 전투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깜빡했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전투복을 뒤져 봤지만,
지갑은 없었다.
‘큰일이다. 당장 신용카드 분실신고부터 해야 하나?’
카드 정지에 재발급까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숨이 턱 막혔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혹시 어젯밤 짐을 싸면서 종이상자 속에 딸려 들어간 건 아닐까?’
트렁크를 열고 테이프로 봉해놓은 상자들을 훑어보다가,
제일 안쪽에 있는 작은 상자를 먼저 열어보기로 했다.
맨 위에 올려져 있던 마스크 봉지를 들어 올린 순간…
행복이 별건가 싶다.
지갑 하나 찾았을 뿐인데.
(만약 상자들을 다 열어도 지갑이 나오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