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섬 주변을 돌아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므로 숲과 바위, 그리고 이 섬에 사는 짐승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대답은 없겠지만, 이곳에서 나를 가장 오래 지켜본 것들이니까.
오후에는 바닷가에 나가 잠시 낚시를 한다. 이제는 물고기를 많이 잡을 필요가 없다. 오늘 저녁 한 끼면 충분하다. 내일부터는 불을 피우지 않을 생각이다. 이곳은 다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짐을 마지막으로 꼼꼼히 정리한다. 땅에 묻어 둘 것과 지상에 남겨둘 것을 구분하고, 육지에 가져갈 것들은 따로 모아 둔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뗏목에 충분히 실을 수 있을 만큼만 남긴다.
밤에는 아마 일부러 잠들지 않을 것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들리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고요한 무인도의 정적을 가른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뗏목에 꼭 필요한 것들만 차곡히 쌓아 단단히 묶는다. 다 싣고 나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낄 것이다.
1년 3개월간의 무인도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 남동풍만 불어준다면 순조로운 항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뗏목을 점검한다. 이전에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튼튼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한다. 예상대로라면,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남동풍이 불 것이다.
섬을 한 번 눈에 담듯 훑어본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바위에 묶어 두었던 홋줄을 푼다.
뗏목의 돛을 힘껏 펼친다.
이대로만 순항한다면, 반나절이면 육지에 닿을 수 있다.
나는 지금, 무인도를 탈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