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기온이 올라 저녁에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아도 춥다고 못 느꼈는데, 어젯밤은 달랐다. 잠들기 전 잠깐 보일러를 틀었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닥은 여전히 차갑고 공기는 썰렁했다.
뒤 베란다에 나가보니 평소보다 조금 추웠다.
그 순간, 오늘부터 이틀간 낚시만 하겠다는 내 결심에 균열이 생겼다.
평소처럼 캡슐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주말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바로 나갈 채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온 건 방바닥의 먼지였다.
조금만 정리하고 나가자고 생각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식탁과 의자를 제자리로 옮겼다.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들을 씻다가, 냉장고 속 묵은 김치가 떠올랐다. 더 이상 보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왔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낚시는 이미 한참 뒤로 밀려 있었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다.
주말이면 무조건 낚시를 가야 했다.
그게 나를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었고, 그 시간만큼은 자유로웠다.
쌓여 있던 것들이 조금씩 풀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당장 가지 않아도 된다.
물고기들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
오히려 이 공간을 정리하고 싶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이곳을 조금 더 정돈된 상태로 두고 싶었다.
곧 떠나야 할 곳이니까.
이전까지 내 주말의 가장 위에 있던 낚시는
이제 청소와 설거지, 정리보다 뒤에 놓였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노트북을 열었다.
이 글은,
조금 늦게 전하는 인사다.
이제는 네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 먼저가 되었다.
그래도
네가 나를 버티게 해줬던 시간은
잊지 않겠다.
미안하다,
낚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