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령의 버킷리스트 1

글 쓰는 작가 되기

by 가을하늘 추천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전역(轉役)이다. 이제 전역이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전직 지원 기간 11개월을 고려한다면, 정말 1년도 안 남은 거다. 나의 요즘 최대 고민거리는 역시나 전역 후 뭘 하며 지낼지를 결정하는 건데, 그걸 버킷리스트로 만들어봤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원래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 되지만, 통상적으로는 당장 죽음을 앞두지 않더라도 평소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할 때 자주 쓰는 단어인 것 같아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로 썼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로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2025.7)


처음으로 작성했던 버킷리스트 1.0은 아래와 같다.


1. 글 쓰는 작가 되기
2. 그림 그리는 화가 되기
3. 노래 부르는 가수 되기
4. 여행하는 작가 되기
5. 재즈 음악 카페 사장 되기
6. 배스 낚시 유튜브 라이브 방송하기
7.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기


위의 7가지 중에서 이미 준비 중이거나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는 것들은 제외하고 버킷리스트 2.0을 작성했다.


1. 노래 부르는 가수 되기
2. 여행하는 작가 되기
3.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기


그런데 위의 3가지는 모두 전역 이후에 할 수 있는 것들이라 당장 할 수 있는 게 필요해서 다시 몇 가지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버킷리스트 3.0은 아래와 같다.


1. 글 쓰는 작가 되기
2. 그림 그리는 화가 되기
3. 노래 부르는 가수 되기
4. 여행하는 작가 되기
5.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기


1. 글 쓰는 작가 되기


내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떨어져 재수학원에 다닐 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황순원의 <소나기>, 피천득의 <인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같은 순수한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 시절, 막연하게 대학에 가면 나도 그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대학교 학과를 선택하는 순간에 고민이 찾아왔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 같은. 재수까지 한 마당에 부모님께 선 듯 국문학과를 가겠다고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재수를 시작하면서 경영학과를 가겠다고 얘기를 한 터라 더더욱 말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전공을 국문학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대학에 먼저 진학한 고등학교 친구 덕분인 듯하다. 그 친구는 본인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성적에 맞춰서 학교와 전공을 선택했는데, 대학에 입학해서는 몇 달 동안 방황했었다고 말해줬다. 자퇴까지 생각해 봤지만,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그냥 다니고 있다면서, 절대로 나처럼 전공을 적당히 고르지 말고 많이 고민해서 결정하란 충고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워낙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 그 말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졸업 후 취직이 잘되는 경영학과를 갈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고 싶은 국문학과를 선택할 것인지, 오래 고민한 끝에 부모님께 내 생각을 얘기했다. 당연히 안된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아마도 우리 집이 삼 형제인데, 형이 앞에서 말한 친구처럼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지켜보셨기 때문일 거라 짐작해 봤다).


다행히 나는 1993년 영남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학원에서는 모의고사 성적을 고려해서 경북대에 지원할 것을 권했지만, 작년에 떨어졌으니 이번엔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전공은 그대로 두고 학교만 하향지원했다. 학력고사를 마치고 가 채점을 하면서 그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문학과에서 배운 건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었다. 글을 읽고 작가가 무슨 의도로 글을 썼는지, 그 글이 문학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내가 원했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교수님은 아무도 안 계셨다. 물론 국문학과 출신의 작가들이 많긴 하지만, 글 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전공을 국문학과가 아니라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했었어야 했다(그 당시 대구 경북지역에는 문예창작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었고, 서울에 있는 전문대 몇 군데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국문학과에 입학해서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책도 많이 읽었다. 글을 쓸 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 제과점, 레스토랑,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시위대에도 참가해 보고, 노래패에 들어가 공연도 하고, 야학교사도 해봤다. 연애도 열심히 했다. 수업시간에 쓴 시로 교수님께 칭찬도 들어보고, 졸업할 즈음엔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는 글 쓰는 걸 그만두었다. 직업군인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글 쓰는 재능이 없고, 글 쓰는 작가라는 직업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랬었는데, 이제 전역을 앞두고 다 늦게 글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이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사무실에서 업무용 보고서를 작성한 게 전부다. 읽은 책이라고 해봐야 당직 근무 때 본 <진중문고>가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들은 빠짐없이 다 읽었다.


지난 6월에 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전역예정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교육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1박 2일간 있으면서 전역 후의 삶을 생각해 봤다. 나에겐 안정된 수입(연금)이 있으니까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고 결심했다. 수업 중에 챗GPT로 물어보니, 일단은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작가를 해보라고 제안해 줬다. 당시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검색을 해보니 가입을 하더라도 바로 글을 올릴 수 없고,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그동안 써 놓았던 글 세 편을 심사한 이후에 글 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운 좋게도 한 번에 심사에 통과했다. 지금 쓰고 있는 <김 중령의 버킷리스트>가 바로 내가 쓰겠다고 한 글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는 직업이 군인이라 겸직을 할 수 없다. 카카오 브런치 작가도 겸직이라고 해서 공군본부에 겸직 허가를 신청했다. 한 달 만에 내후년 2월 말까지 겸직이 허가되었고, 나는 지금 인사명령 상으로 2개의 직업이 있다. 하나는 공군 중령이고, 다른 하나는 카카오 브런치 작가다.


글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 최근에 <병영문학상>에도 응모했다. <병영문학상>은 해마다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현역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인데, 그동안 모른 척하며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종 문학상에도 적극적으로 응모할 계획이다. 이번 <병영문학상>에는 3개 부문 총 6편의 글을 응모했다. 시 부문은 어머니를 주제로 총 3편의 연작 산문시를 써서 제출했다. 수필 부문은 아버지와 큰아들, 나. 이렇게 3대가 직업군인이 된 이야기와 틈틈이 써왔던 일기 몇 장을 정리해서 총 2편을 응모했다. 단편소설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 주인공(김 과장)이 오래전 헤어졌던 애인과 다시 전화통화를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썼다. 발표는 10월 24일 금요일이다.


향후 계획으로는 전역 후에 (사)한국문인협회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 가서 문학강의를 들어 볼 계획이고,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신춘문예>에도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가. (사)한국문인협회(02-744-8046/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225, 1017호): 우리 협회는 정부와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을 창출하여 회원 개개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문인협회는 시, 시조, 민조시, 소설, 희곡, 평론, 수필,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외국문학 등 10개 분과가 모인 단체입니다.

나. (사)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02-745-8048/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30-6 운현신화타워 202호): 문학의 꿈을 안고 평생교육원에 들어선 수강생 중에서는 등단하여 작가로서 창작에 매진하거나 관련 분야에서 강사 등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질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나 훌륭한 교수진을 갖추고 고급 교양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사)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홈페이지 인사말(2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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