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화가 되기
내가 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언제였더라?
내가 미술에 흥미를 느끼게 된 건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걸로 기억된다. 그 당시 어머니를 따라 주말마다 교회를 다녔었는데, 연말 성탄절 예배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운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되었다. 그때 받았던 상품이 바로 미술용품(팔레트 모양의 용기에 담긴 24색 수채화 물감 세트)이었다. 그전까지는 12색 물감 세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24색 물감 세트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사달라고 말은 못 하고 계속 속으로 부러워만 했었던 모양이다. 그날 상품을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 집에 돌아와서 자면서도 그 물감을 머리맡에 두고 잤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 아마도 미술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다음은 음악이었었나? 어쨌든 미술수업시간에는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그림을 완성했고, 선생님께도 자주 칭찬을 듣곤 했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자체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랬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는 계기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미술과목을 담당하시고 계셨는데 수업시간에 내가 그린 그림을 보시고는 미술반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림을 남들보다 잘 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거라 받아들이고는 미술반에 갔는데, 나보다 훨씬 더 잘 그리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주눅이 들었다. 거기다가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미술도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문방구용 저가 제품이었는데 반해 미술반 학생들의 화구(畫具)는 대부분 한눈에 봐도 고가의 제품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게 상처가 된 것 같다. 나는 왜 다른 학생들처럼 고가의 미술도구를 부모님께 사달라고 말하지 못할까? 만약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미대 입시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다면 부모님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실까? 등등.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하다 제풀에 꺾여서는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미술과는 담을 쌓아 버렸다. 이제 앞으로는 그림 같은 거 절대로 그릴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했었다(고등학교가 정해지고 중학교 졸업식을 얼마 안 남겨두고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꼭 미술반에 들어가서 그림을 계속 그리라고).
그랬었는데, 2012년 평택에서 근무하다 원주로 전속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살게 되었다. 직업군인, 특히 장교의 숙명과 같은 주말부부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다음 해부터가 중령 진급 시기여서 부대 밖을 나간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지냈었다. 평일엔 이틀에 한 번 정도 회식이 있었고, 회식이 없는 날엔 골프 연습장에 나가 주말을 대비해서 스윙연습을 했다. 매주 주말마다 동반자를 바꿔가면서 골프를 쳤고, 골프가 끝나고 나면 음주가 이어지는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사는 건 너무 재미없다. 뭔가 재미있는 게 필요하다. 그게 뭘까? 갑자기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미술반에서 그림 그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그 이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는데 다시 그린다고 그림이 잘 그려질까 걱정은 되었지만, 취미 삼아 그리는 거니 큰 부담은 갖지 말자고 생각하고는 곧바로 원주 시내에 있는 화방(畫房)에 가서 사장님께 부탁을 드렸다.
"사장님, 제가 중학교 때 이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는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져서 왔습니다. 수채화를 그리고 싶은데 어떤 걸 사야 할지 몰라서 그러니 적당한 가격대 제품으로 추천을 해주세요."
사장님은 친절하게 둥근 붓, 납작붓, 32색 수채화 물감 세트, 팔레트, 물통, 이젤, 4B연필, 지우개, 화판, 수채화 전용 종이와 혼자서도 보면서 참고할 수 있는 수채화 교본까지 추천해 주셨다. 물론 미리 총 구매예산에 대해 말씀드려서 그 금액에 맞춰서 추천해 주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 봤던 미술반 학생들이 썼던 고급 화구를 갖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2012년 12월 1일 첫 번째 정물화를 시작으로 2013년 10월 3일까지 총 24장의 정물화와 1장의 풍경화를 그렸다. 그리고는 그다음 해 본격적인 중령 진급 심사가 시작되었고, 그림 그리기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또 올해 대구에 와서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4월부터 현재까지 총 21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중 한두 장은 마음에 들지만,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대충 그린 것 같은 싸구려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내 그림들은 중학교 3학년 때 미술반 학생들 앞에서 꺼내놓기 싫었던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입했던 내 미술도구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식으로 그림이 배우고 싶어졌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화가라는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혼자서 남이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작품을 그리고 싶다. 그러려면 미술 선생님이 필요하다. 지금 다시 수능을 준비해서 미대에 갈 수는 없고, 숙소 근처에 있는 성인 미술학원에 등록해서 미술교습을 받아 볼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대부분의 미술학원은 영유아나 입시생을 위한 학원이었고, 그나마 성인 위주의 강습이 이루어지는 곳은 아래 두 곳이었다. UFS가 끝나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상담을 받아 볼 생각이다. 이제는 돈과 시간이 내 꿈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다. 다행이다.
가. y갤러리 양익수미술연구소(0507-1326-8559/대구시 동구 해동로 268 2층): y갤러리는 예술에 재능 있는 젊은 인재 발굴 및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수 작가에게 초대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릴 기회를 부여하고 국내외 아트 페어 참여를 통한 미술의 세계화 및 동질성을 체험케 하여 예술과 문화의 다양성을 배우도록 한다. 또한 미술교육을 통한 인성과 창작능력을 키워 인재를 만들어 가는 교수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 성인취미미술 나불갤러리(0507-1351-0082/대구시 동구 과학로 6길 33 1층): 어반스케치, 유화, 수채화, 아크릴화, 팝아트, 인물화 등 다양한 재료와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업시간은 2시간으로 이루어지며 원하시는 재료로 맞춤형 기초과정과 개별 커리큘럼으로 진행됩니다. 처음 그림을 접하시는 분들도 바로 작품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요일별 운영시간이 상이하며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원데이 클래스와 정규클래스 모두 전화 상담 후 일정이 확정됩니다.
출처: '숙소 근처 성인 미술학원' 네이버 검색결과(2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