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령의 버킷리스트 5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기

by 가을하늘 추천

5.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기


집사람은 계속 말리고 있지만, 죽기 전에 꼭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다. 일단은 작은 감귤밭이 딸린 저렴한 농가 주택을 구매해서, 나만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로 꾸밀 생각이다. 전역 후엔 연금이 나오니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제주도를 여행 온 다양한 사람들과 다 같이 어울리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심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다.


건물 외벽은 흰색으로 칠하고, 지붕은 파란색으로 칠해서 그리스 산토리니섬 느낌이 나도록 할 계획이다. 실제로 산토리니섬을 가본 적은 없지만, 평소에 가보고 싶은 1위인 곳이라 나중에 꼭 한 번은 가볼 생각이다. 최근 지진과 산사태로 순위가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다. 마당은 제주도 특유의 시멘트 바닥을 선호한다. 뷰를 생각한다면 잔디를 심어야 마땅한데, 일단은 혼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이라 마당에 자라는 잔디까지 관리하기엔 너무 손이 많이 갈 거 같아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기를 너무 싫어해서 가능하다면 식물은 최대한 집과 멀리 배치하고 싶다(전역 후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없진 않은데, 제일 큰 걸림돌이 바로 모기다).


틈나는 대로 감귤도 친환경으로 키우고 싶다. 수확한 감귤은 감귤 청이나 생감귤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한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육지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택배로 보낼 생각이다. 친환경으로 키우면 잡초도 많이 생기고 병충해도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친환경이면 농약이나 중금속 같은 거에 노출된 게 아니니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그거면 된다. 감귤밭 한편엔 작은 텃밭도 만들어야겠다. 신선한 채소 정도는 자급자족할 수준은 되어야 경비가 절감되고, 손님들이 직접 밭에서 채소를 따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밭에 심을 채소는 상추, 케일, 치커리, 고추, 오이, 방울토마토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쌈을 싸 먹기엔 들깻잎도 좋긴 한데, 예전에 들깨를 키워보니 모기가 엄청 많이 숨어있어서 제외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있는 날엔 앞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텃밭에서 딴 채소로 쌈을 싸 먹어야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통기타 반주에 즉석에서 노래자랑도 하고 1등에게는 무료숙박권을 제공할 생각이다. 심사기준은 관객들의 호응도를 최우선으로 해야겠지. 노래자랑의 목적이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뽑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당연히 1등이다. 마당 한가운데에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곳도 마련해 둬야겠다. 한밤중에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즐기는 '불멍'도 파티의 별미 중 하나다(역시 마당은 시멘트가 맞는 거 같다).


손님이 없는 날엔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거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갯바위가 현무암이다. 현무암은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가스가 빠져나간 자리에 구멍들이 생긴 돌인데, 파도가 칠 때 그 구멍들 때문에 다른 암석에 비해 포말이 훨씬 더 잘 생긴다. 이 파도의 포말을 넙치 농어가 좋아한다. 넙치 농어는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물고기인데, 낚시로 엄청나게 잡기 힘든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농어의 베이트 피시(bait fish)인 작은 물고기들은 파도의 포말 속에 숨어있는데, 그걸 잡아먹기 위해 넙치 농어가 갯바위 근처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에 가서 살게 되면 그 넙치 농어를 낚시로 꼭 한번 잡아보고 싶다. 넙치 농어회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일반 농어회보다 더 찰지고 맛있을 거 같다.


'베이트 피시(bait fish)'는 큰 물고기의 먹잇감(미끼)이 되는 작은 물고기


나이가 더 들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할 수 없어질 때쯤 되면 두 아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부모님이 자신이 살던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마음처럼 나도 게스트하우스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 자식들이 직접 운영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죽은 뒤 바로 처분하는 것도 섭섭할 듯하다. 나에 대한 추억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글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접경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말을 걸어야겠지. 그런데 살짝 걱정되는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게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不信)도 조금씩 커지는 것 같고. 작가가 되려면 그 정도는 참고 견뎌야겠지. 내 경험만으로 글을 쓴다는 건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감귤밭 딸린 저렴한 제주 농가주택 매매' 네이버 검색결과(2025.9)>

가. 귤밭 딸린 예쁜 전원주택 매매합니다(<오일장신문>, 2025.1.9.)
1) 소재지: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2) 매매가격: 7억 원 3) 대지면적: 1,078㎡(326평) 4) 건축면적: 134.82㎡(41평) 5) 방/욕실수: 4/2개 6) 주차대수: 2대 7) 상세정보: 정원 예쁘고 2층 주택에 부담 없는 넓이의 귤밭(120평) 딸린 전원주택 매매합니다. 정남향이고 주택구조도 좋아서 생활하기도 좋은 집입니다. 정원관리도 아주 깔끔해서 겨울인데도 잔디가 반질반질합니다. 화목보일러 시설도 따로 되어있어서 난방비 걱정 없이 겨우내 뜨끈뜨끈하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정원 한편에는 간이 창고시설(10평)까지 갖추어서 귤밭과 정원관리에 필요한 장비와 비료 등을 수납할 공간 또한 걱정 없습니다. (중략) 귤밭이 2차선 도로를 잘 접하고 있으니 향후 방향을 달리 잡으시면 과수원은 따로 재매매를 하셔도 됩니다. 필지 크기가 작으면서 모양이 좋고 접근성이 좋으니 투자가치로도 나쁘지 않은 과수원입니다.

나. 귤밭과 창고가 있는 농가주택 매매(<소랑공인중개사 사무소>, 2025.8.1.)
1) 소재지: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2) 매매가격: 3억 6천만 원 3) 대지면적: 832㎡(252평) 4) 건축면적: 51.3㎡(16평) 5) 방/욕실수: 3/1개 6) 주차대수: 1대

다. 농가주택 / 매매 / 구옥 + 귤밭 / 급매(<제이탑> 블로그, 2025.7.4.)
1) 소재지: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2) 매매가격: 4억 8천만 원 3) 대지면적: 1,680㎡(508평) 4) 건축면적: 214.88㎡(65평) 5) 방/욕실수: 3/1개 6) 주차대수: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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