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이 좋은 이유

어제도 한잔 했습니다만

by 가을하늘 추천

혼자 술 마시는 걸 '혼술'이라고 하는데 그럼 여럿이 술 마시는 건 뭐라고 부르지? 특별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걸로 봐서는, 술은 당연히 여럿이 마시는 거라고 대다수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회식'이라고 하면 모여서 먹는다는 뜻인데, 우리는 당연히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술은 회식 때나 마시는 음식의 일종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부터 혼술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엔 모여서 뭔가를 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었기 때문에 회식은 아예 할 수가 없었고, 특별히 애주가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숙소에서 혼자 술을 마시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퇴근 후 무료한 저녁시간을 때우는 정도의 역할이라 생각했었는데, 술을 마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니 혼자 술 마시는 게 습관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 회식 금지령이 풀린 다음에도 나는 퇴근하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사서 숙소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여럿이 함께 왁자지껄 떠들면서 마시는 술도 맛있다. 특히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의 회식은 직장생활에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에 있는 직장상사와의 의례적인 회식은 사양하고 싶다.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건배 제의와 서로 잘 보이려고 친한 척하는 모습이 술맛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군대의 경우는 진급하기 위해)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불문율이다. 나도 그렇게 직장생활을 해왔고 후배들에게도 그게 맞는 거라 얘기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긴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회식에 반(反)해 혼술은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회식 자리에서 주위 사람들의 주량에 맞춰 술을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음하게 되고, 다음날 후회가 밀려온다. 혼술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 내 주량이 소주 한 병이니 딱 소주 한 병만 준비하면 되고,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자연스럽게 식사가 끝이 난다. 과하게 취하지도 않았으니, 이후의 일정(뒷정리, 설거지,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등)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언젠가 '혼자 술을 마시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영화 한 편을 감상하면서 마시면 심심한 줄 모르고 금세 소주 한 병이 비워진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오고, 기분도 나른하니 좋다. 물론 의학적으로 아니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음 날 일어나면 몸도 개운하다. 최근 들어 걷기 운동을 소홀히 해서 그런지 이제는 소주 한 병이 간에 부담이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다음날 일과에 지장을 주진 않는다.


혼술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술 온도다. 술은 주로 소주를 마신다. 소주는 차가워야 제맛이다. 미리 사서 냉장고에 며칠 넣어둬야 그나마 마실만 한데, 제일 좋아하는 온도는 살얼음이 얼기 직전이다. 그게 정확히 몇 도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 최소 한 시간 전에 냉동실에 소주를 넣어둬야 한다. 그래서 병보다는 페트(PET)를 선호한다. 빠르게 시원한 소주를 마시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1/5 정도 남은 소주 페트를 냉동실에 눕혀 얼려둔다. 냉장실에 넣어둔 소주를 냉동실에서 꺼낸 페트에 마실 만큼 붓고 흔들어 준다. 이렇게 하면 살얼음 낀 소주를 금방 만들 수 있다. 살얼음과 함께 넘기는 소주는 기분이 영 찜찜하다. 그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얼음 조각이 목을 타고 넘어가다 찌르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소주잔에 따른 살얼음이 녹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준 이후에 마신다. 생각보다 금방 녹으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시길.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안주다. 내가 좋아하는 안주는 상추, 청양고추, 생마늘에 싸 먹는 고기나 회다. 쌈장을 넣어 싸 먹는 돼지고기도 좋고, 소고기도 좋다. 초장을 넣어 싸 먹는 광어회도 좋고, 우럭회도 좋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무난하다. 목살은 비계가 거의 없어 담백한 맛은 있지만, 혼술 하기엔 뭔가 빠진 듯한 맛이다. 건강에는 더 좋다는 말이 있긴 한데, 정말 건강을 생각한다면 닭가슴살이나 삶아서 드시길 추천드린다. 아님 단백질 셰이크.


생삼겹살이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지만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혼술 할 때는 주로 냉동 대패 삼겹살을 선호한다. 상추에 싸 먹을 거라 굳이 비싸게 주고 생삼겹살을 살 필요는 못 느낀다. 소고기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추에 싸 먹을 고기를 일 등급 한우로 비싸게 살 필요가 없다. 수입산 구이용 냉동 부챗살이나 우삼겹이면 충분하다. '이거 소고기 맞네' 할 정도면 된다.


우리나라는 회를 초장에 찍어 먹고, 일본은 고추냉이를 곁들이거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데, 개인적으로는 초장이 좋다. 가끔 질린다 싶으면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역시 회는 청양고추의 매콤함과 생마늘의 알싸한 맛이 일품인 상추쌈에 초장을 듬뿍 찍은 게 제일 입맛에 맞다. 어떤 사람들은 초장과 쌈장, 다진 마늘, 참기름을 함께 섞어서 싸 먹기도 하던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맛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혼술을 좋아해서 올해 전반기까지는 자주 마셨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내 몸이 이제는 알코올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다음날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도 기분이 영 별로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은 들지만, 그게 좋은 신호는 아닌 듯하다. 입 냄새도 심해졌다. 담배를 계속 피우니 그 영향도 크겠지만, 내가 싫을 정도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 걸 봐서는 간에 무리가 온 게 분명하다.


전역하면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연금을 오래 타 먹기 위해서도 그래야 하지만,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신세가 처량하다 느껴질 테니 그러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슬슬 조절에 들어가야 할 듯하다. 주말이니까 걷기 운동은 생략하더라도 낚시는 자주 다녀야겠다. 루어낚시는 서서 하는 낚시라 앉아서 하는 붕어낚시보다는 다리 근육을 더 많이 쓸 거라 믿고 있다. 물론 무릎엔 더 안 좋은 낚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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