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2일 일요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대구 금호강 꽃밭 포인트로 배스 낚시 다녀왔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은 9일 목요일이지만, 저는 10일 금요일 하루 휴가를 써서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3일 금요일부터 12일 일요일까지 10일간의 연휴였는데, 정말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연휴 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아서 감각을 다시 되돌려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올릴만한 글은 아니지만, 시험 삼아 한 번 올려보려고요.
그동안 브런치에 배스 낚시에 관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오늘은 그냥 블로그에 쓰던 스타일 대로 써볼까 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은 <난생처음 미술학원> 연재가 없었습니다. 다들 예상하고 계셨겠지만, 이번 주 목요일은 추석 연휴라 미술학원이 쉬는 관계로 쓸 내용이 없었습니다. 다음 주는 8절지 세 번째 그림을 마무리하고, 네 번째 그림도 평소보다는 좀 더 과감하고 빠르게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려면 나무 두 그루를 또 지난번처럼 대충 그릴 듯하고, 선생님은 또 똑같은 지적을 할 거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다다음 주부턴 제대로 된 작품을 비싼 캔버스 위에 느긋하게 그릴 거니까.
예전에 대구 금호강에는 배스 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낚시 금지구역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숙소에서 가까운 곳을 찾은 곳이 바로 꽃밭포인트입니다. 낚시가 가능한 곳이라 항상 낚시꾼들을 볼 수 있는데, 낚시란 게 종류가 다양해서 장르가 다른 낚시꾼끼리 영역 다툼을 벌이곤 합니다.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하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것 같아 주차한 곳 바로 밑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역시나 먼저 온 릴 낚시꾼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조금 옆으로 이동하니 낚시할만한 자리가 다행히 있었습니다. 낚시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면꽝만 하자는 심정으로 잔챙이도 물 수 있도록 작은 루어를 선택했습니다.
작은 루어에 맞게 가벼운 싱커를 썼더니 블루길 입질만 있고, 배스의 입질은 없었습니다. 좀 더 깊은 곳에 배스가 있을 것 같아서 무거운 싱커로 바꿨더니 입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잔챙이였지만, 제가 잡으려고 했던 대상어(배스)입니다. 배스의 입질은 블루길과는 조금 다릅니다. 블루길은 주둥이가 작아서 루어를 톡톡 쪼거나 끝을 살짝 물고 가는데, 배스는 투둑 하고는 루어를 입안에 넣고 라인을 끌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라지 마우스(large mouth) 배스라고 부르는 듯합니다. 배스는 1973년 국내에 들여온 외래어종입니다. 벌써 53년째 우리나라에서 붕어, 잉어와 함께 살고 있으니 이젠 좀 덜 미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만, 여전히 캐치 앤 릴리즈(catch & release)가 불법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원래 간사한 거라 처음엔 면꽝만 하자는 심정으로 잔챙이라도 좋으니 잡혀만 다오 하고 낚시를 시작하지만, 면꽝을 하고 나면 좀 더 큰 녀석을 잡고 싶어 합니다. 두 번째 배스도 잔챙이라 오늘도 잔챙이만 잡다 가겠다 싶어 조금 실망합니다. 다음번엔 좀 더 큰 녀석이 나올 거란 기대로 계속 낚시를 하게 되는데 그게 낚시를 계속하게 하는 심리 같기도 합니다. 로또를 살 때도 설마 5등 하나는 나오겠지 하면서 매번 사게 되는데, 번번이 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만, 그 미련을 못 버리고 또 사게 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누구는 낚시는 실력이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낚시는 98% 운빨입니다.
또다시 배스 입질을 받고 훅 셋에 성공한 후 랜딩 했습니다. 이전 배스에 비해 힘을 조금 써줘서 사이즈가 조금 큰가 했더니 역시나 잔챙이였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손가락으로 아래턱을 잡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배스는 육식어종이라 주둥이에 이빨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잡아보면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데, 사이즈가 큰 배스를 잡으면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기도 합니다. 여러 마리의 배스를 잡은 날은 엄지손가락 끝이 정말 너덜너덜해집니다. 배스 특유의 비린내도 엄청 심한 편이라 금방 그 끝에 배어버리지만, 월요일 출근해서 너덜너덜해진 엄지손가락 끝에 배어있는 배스 비린내를 맡고 있으면 주말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스 낚시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취미라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지난번 낚시할 때보다는 마릿수가 많아서 심심하진 않게 낚시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낚시하기 위해 포인트에 대한 최신 조황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게 채비를 준비하고, 현장에서 첫 캐스팅을 하고 나서 어떤 녀석이 물어 줄까 기대하는 그 과정이 즐겁긴 하지만, 역시나 낚시는 일단 대상어를 잡아야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면꽝을 하면 안도감이 생기고, 그다음 물고기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데, 몇 시간 동안 입질조차 없고 꽝 치는 날이 계속되면 재미없는 낚시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낚시꾼이라는데,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닌가 봅니다. 아직은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즐겁다'에 한 표.
오늘은 <추천 일기(秋天日記)>가 아니라서 실망하셨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배스낚시통신>도 제 이야기이니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이 글은 월요일 아침에 발행될 예정이니 이 글을 지금 읽고 계신다면 또다시 지루한 일상을 시작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루하지만, 그 끝은 언젠가는 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일주일 잘 버티시고 즐겁고 알찬 주말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고,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드라마 <도깨비> 대사입니다... 슬픈 사랑?
P.S. <난생처음 미술학원> 6화는 17일 금요일 발행 예정이고, <추천 일기 14편>은 20일 발행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