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5일 목요일
수채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내가 잘 그리고 싶은 구름을 포함해서 나무, 바위, 물(호수, 강, 바다), 유리, 얼굴 등이다. 처음부터 구름을 그리려다 잠시 중단하고 나무를 연습 중인데, 나무도 쉽지가 않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색상이나 질감도 천차만별이라 나무 하나만 제대로 그려내도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활엽수는 계절에 따라 잎 색깔이 바뀌니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빛의 양에 따라서도 다양한 색상이 나오고, 다 자란 나무와 어린나무도 다르고...
지난주부터 보고 그리고 있는 교재 <숲과 산, 자연 풍경화 그리기 - 풍경 수채화 수업(고바야시 케이코 지음, 이유민 옮김, Ejong, 2017)>인데, '한 폭의 수채화 완성을 위한 단계별 채색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교재 <기초부터 쉽게 배우는 - 풍경 수채화의 세계(전성기 지음, 재원, 2011)>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교재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그림들이 가벼운 느낌이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일본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얘기로는 옛날보다는 요즘 수채화가 좀 가볍게 그리는 경향이 있단다.
<기초부터 쉽게 배우는 - 풍경 수채화의 세계(전성기 지음, 재원, 2011)>는 2012년 11월 원주 시내 한 화방에서 사장님 추천으로 구매한 풍경 수채화 교재인데, 초판이 1997년인 책으로 알고 있다. 한국 풍경 수채화여서 그런지 책에 실린 그림들이 전체적으로 무겁고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물 수채화를 끝내고는 풍경 수채화를 곧바로 시작하지 못했다. 물론 중령 진급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말이다.
오늘 그릴 그림은 '도치기 현 나스시오바라(안개)'로 골랐다. '안개가 낀 정경은 웨트 인 웨트로 표현했습니다. 전경의 나무들은 색의 농담을 조절하여 원근감을 연출했습니다.'라는 설명이 있다. '웨트 인 웨트'?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젖어있는 종이에 색을 칠해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하는 기법으로, 앞서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깨끗한 물로 종이를 적신 후 새로운 색을 칠하는 것'이란다. '이렇게 하면 물감이 물기를 따라 번지면서 자연스럽고 신비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종이의 넓은 면을 적실 때는 커다란 평 붓이나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고, 기법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요즘은 웬만하면 인터넷 검색으로 궁금한 걸 다 해결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정확히 이 감정이 뭔지 설명하기 힘들지만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는 상실감(喪失感) 비슷한 느낌도 받는다. 아마도 요즘 내가 직장에서 아웃사이드(outside)로 밀려나는 듯한 분위기라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다.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를 운영하는 '그리고'님의 글(2023.11.20.)를 참고했다.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나무 그리기 연습부터 시작했다. 오늘은 사진 속 두 그루를 그려봤다. 역시나 내 잘못된 습관들을 지적받았다. 나무줄기는 굵은 아랫부분을 먼저 연하게 그리고 나서 잎을 그리고, 잎이 어느 정도 마르면 중간 줄기 부분과 가는 잔가지를 물감의 농도를 조절하며 그린다. 줄기는 잎으로 가려지는 부분이 있어야 나무의 입체감이 생기고, 잎도 균일한 크기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조화를 이뤄야 자연스럽다. 잎과 잎은 군데군데 겹쳐주고, 색상도 다양하게 써줘야 빛에 따라 변하는 잎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 다 그리고 나서 붓끝에 물감을 묻힌 후 다른 붓으로 머리 부분을 쳐서 작은 점들을 나무 위에 흩뿌린다.
오늘 그린 그림의 과정을 사진으로 올려봤다. 오늘은 솔직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나무를 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니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으니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빠르게 그려봤다. '고바야시 케이코'의 '도치기 현 나스시오바라(안개)'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했다(나무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P.S. 1.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선생님이 몰래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2. 아르쉬지(Arches, 프랑스, 100% 면, 두께 300g/㎡) 샘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