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일기(秋天日記) 13편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 10월 3일 금요일

by 가을하늘 추천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가?'


오늘 <추천 일기 2025 part 2> 1화인 <추천 일기(秋天日記) 12편>을 브런치에 발행하면서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번에는 발행 예정일을 잘못 선택해서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조치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두 번씩이나! 평소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편인데, 살짝 자존감에 금이 갔다. 최근 들어 이런 비슷한 유형의 작은 실수들이 잦아진다.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심해진 지 오래고. 직장 동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어쩌면 이미 다들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의욕도 없다.


작성이 완료된 <추천 일기(秋天日記) 12편>을 월요일 오전 7시에 발행되도록 예약을 걸어두었었고 출근하기 직전에도 발행이 된 걸 확인했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연재로 선택하지 않고 단독 글로 발행이 되어 있었다. 이미 다섯 명이 '라이킷(like it)'을 누른 상태였고, 부랴부랴 똑같은 글을 스마트폰으로 (노안이라 안경을 벗고 책상에 앉아 구부정하게 웅크린 자세로) 연재 브런치북 <추천 일기 2025 part 2> 1화에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Ctrl+C~Ctrl+V)' 하느라 몇십 분 동안 살짝 '멘붕(멘털 붕괴)'이 왔다. 문단과 문단 사이 공백이 있으면 전체 복사가 안 돼서, 문단을 일일이 복사하고 붙이기를 반복했다. 중간에 약간의 잔머리(문단 사이의 공백을 일일이 지우고 나서 전체 복사를 해서 붙이기)를 굴리긴 했지만,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에 좋은 걸 꾸준히 챙겨 먹으면 노화(老化)를 조금은 늦출 수 있겠지만, 아예 막을 수는 없다. 뱀파이어(Vampire, 흡혈귀)나 오니(おに, 鬼, 귀신, 악귀, 요괴)의 피를 받지 않는 이상, 인간은 언젠가는 늙어서 죽는다. 나이를 먹고 잦은 실수를 한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노화 방지 음식(네이버 AI 브리핑, 2025.9.29.)
1. 베리류(블루베리, 라즈베리, 딸기 등)
2. 견과류(아몬드, 호두 등)
3. 녹색 잎채소(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
4. 연어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5. 아보카도, 올리브유, 다크초콜릿, 물냉이, 파파야, 피망, 석류
6. 고구마, 요구르트, 두부, 콩류


2025년 9월 30일 화요일


오늘은 이상하게 첫 문장이 떠오르질 않는다. 가끔 그런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머릿속에 안개가 뿌옇게 낀 것처럼 생각의 끝자락을 잡아채기가 쉽지 않다. 어제처럼 아침부터 뭔가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에피소드(episode)가 생기거나 하면 그것에 관해 쓰면 되는데, 오늘처럼 잡다한 생각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기는 하는데 형체가 불분명하고 손끝에 닿질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 글을 써나가려면 뭔가 끄트머리라도 잡고 있어야 풀어낼 수 있는데, 엉킨 실타래처럼 그 시작점이 보이지는 않고, 그러니 더더욱 풀어낼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조급한 마음에 어설프게 잡히지도 않는 생각을 끄집어내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으니, 잠자코 기다려 보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차차 안개가 옅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늪에 빠진 건 아닌 듯싶다. 늪이라면 도와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작은 나뭇가지라도 잡고 발버둥 처야 그나마 빠져나올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늪이라고 하니 갑자기 조관우의 <늪>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가수 조관우의 1994년 데뷔곡이자 히트곡. 특이하게 화자의 유부녀에 대한 짝사랑을 소재로 삼고 있다. 평화방송에선 불륜곡이라며 방송금지 판정을 내렸다. 후에 조관우는 인터뷰에서 자위를 소재로 한 곡이다고 밝힌다. (해명을 하자니 더더욱 방송금지가 될 것만 같다) 처음에 내레이션이 깔리고, 그다음부터 메인 멜로디가 시작되는데 내레이션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성으로 불러야 되는 특이한 곡이다. 대한민국 가요계를 돌아봐도 유례가 없는 독보적으로 음침한 음악 분위기와 퇴폐적인 내용의 가사, 조관우의 특이한 창법이 어우러져 나온 명곡이다. (중략) 노래방에서 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선택해서 큰 웃음을 주기도 하는 곡. <늪>은 가수들도 매우 어려워하는 곡이다. (이하 생략)

출처: 나무위키 (최근 수정 시각: 2025-09-22 13:47:22)


<나무위키>의 설명이 참 재미있다. '조관우는 인터뷰에서 자위(自慰)를 소재로 한 곡이다고 밝힌다.'라는 부분도 신선했고, '노래방에서 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선택해서 큰 웃음을 주기도 하는 곡'이라는 부분에서는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노래방에서 <늪>을 부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주로 내가 불렀다. 그리고 노래를 다 부르고 나면 대부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야, 저 노래가 되네.'


뭐 그런 느낌?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사춘기가 한창이던 시절, 친구들 앞에서 이런 얘길 자주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아니면 남이다. 그러므로 부모도, 친구도 다 남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라고. 그 당시엔 그 말이 부모도 친구도 다 남이므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을 거고 친구도 다 필요 없다는 의미로 쓰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아마도 '이 녀석은 우리와 친한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했었을 것 같다(당연히 부모님 앞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 중 하나라고 그 당시에도 생각했었다). 난 그 말의 의미가 뭔가 철학적이면서 인간의 실존에 관한 의미를 함축한 말인 줄로 알았었다(친구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뭔가 멋있어 보일 줄 알고 그랬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인간은 모두 남이 되고, 부모나 친구도 물리적으로 내가 아니므로 남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도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혼자라는 뜻으로만 이해했었다. 그런데 그 말뜻을 이제야 제대로 찾아봤다. 근 40년 만의 일이다. 나란 사람이 얼마나 엉뚱하고 불완전한 사람인지 만천하에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다(지금 엄청 부끄럽고 민망하다).


'나 아니면 남이다'란 말은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마음 놓고 믿을 수 없음을 이르는 속담으로, 타인에 대한 불신이나 자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이 속담은 일상에서 인간관계의 불안정성이나 자기 신뢰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 자주 쓰인다. 출처: 네이버 AI 브리핑(2025.10.2.)


[불교적 의미]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는 뜻으로, 석가모니가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우주와 세상에서 자기보다 더 존귀한 존재는 없다는 의미로, 인간의 존엄성과 실존성을 상징하는 불교적 선언이다. 전체 문장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인데 중생 구제의 의지를 담고 있다.

[현대적 사용] 원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선언이었으나, 최근에는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독선적인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은 없다'는 의미로, 아집이나 자만심을 비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AI 브리핑(2025.10.2.)


'나 아니면 남이다'란 말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라는 뜻의 단순한 속담일 뿐이지,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철학적 명제는 절대 아니다.


'부모나 친구는 남이 아니다(이 말을 들으면 엄청 좋아할 친구가 생각났다). 집사람도 마찬가지고.'


'천상천하 유아독존'도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므로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게 생각하라'라는 의미로 다시 이해했다.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친형과 오랜만에 같이 낚시를 가 볼까 했더니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는 지금까지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일기예보 상으론 대구에 비가 오늘 하루 종일 내린다는데 추석 연휴 첫날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생처음 미술학원> 5화를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거기다가 다음 주 월요일 발행예정인 <추천 일기> 13편까지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인가?


<병영문학상> 응모작 중 가족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글이 일부 있다. 시 <어머니> 1, 2, 3편과 수필 <삼대(三代)>의 원래 계획은 10월 24일 결과 발표 이후에 <브런치>를 통해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당장은 발행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대신에 단편소설 <김 과장 이야기>와 수필 <추천 일기> 1편은 정상적으로 발행하고, 단편소설 <은주>는 계획보다 일정을 당겨 발행할 생각이다.


누군가와의 추억은 (그게 좋았든 싫었든 간에) 글 쓰는 좋은 소재다. 내가 쓴 단편소설들은 그럴듯한 거짓말로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와의 추억이 녹아들어 있다. 시나 수필과는 달리 굳이 어렵고 힘들게 진실(眞實)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거짓말은 또 아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당연히 작가가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안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진심(眞心)을 알아챈다. 그리고 공감(共感)한다. 때론 화를 내거나 감동(感動)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장르보다 소설을 좋아하고 쓰기도 편하다.


하지만 최근 글을 쓰면서 가족이나 지인, 내 주변 사람들의 사생활이 어떤 형태로든 내 글에 반영된다는 점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그전엔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적당히 감추기만 하면 그게 뭐 큰 문제가 되겠냐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최근엔 생각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만나다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에 대해 글을 썼다면 (대부분의 독자는 상관없을 테지만) 그 글을 읽게 될 전 여자친구와 그녀의 가족들은 기분이 나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소설이고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이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글쓰기가 점점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주구장창' 나에 관한 얘기만 쓰기에도 한계가 있다. 나란 사람은 알면 알수록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이라는 뜻으로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비표준어. <네이버 AI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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