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추석 연휴의 후유증이 이렇게나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나?'
10일간의 휴식(?) 탓에 '글쓰기며 그림 그리기 감각이 무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은 이게 다 내 실력이 아직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걸 거다. 지난주에 <배스낚시통신>이란 글을 쓰면서 '연휴 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아서 감각을 다시 되돌려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었는데, 오늘 미술학원에 다녀와서 느낀 기분이 딱 그 기분이었다. 자신감을 조금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다음 주는 8절지 세 번째 그림을 마무리하고, 네 번째 그림도 평소보다는 좀 과감하고 빠르게 마무리할 예정입니다.'라고 했었는데, 네 번째 그림은 고사하고 세 번째 그림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완성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음 주는 8절지 네 번째 그림을 생략하고 바로 아르쉬지 캔버스(2개 78,000원, 택배비 포함)에 작품을 그리기로 했다는 점이 조금은 낮아진 자존감을 상쇄(相殺)하는 효과가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10월 20일)에 발행될 <추천 일기(秋天日記) 14편>에는 이렇게 썼다.
'10일간의 연휴가 글 쓰는 감각을 무디게 했다. A4용지 한 장을 채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가 다시 읽어봐도 정확히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횡설수설이다. 글쓰기도 자전거처럼 한번 배워놓으면 평생 잊지 않고 써먹을 수 있는 거면 좋겠다.'
그런데 자전거도 제대로 배워놓아야 평생 잊지 않고 써먹을 수 있지, 어설프게(누군가가 자전거 뒤를 잡아주거나 보조 바퀴가 달린 상태로 타면서 마치 혼자 탈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상태로) 배워놓으면 2~3주만 연습을 안 해도 금방 그 감각을 잊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이나 골프를 배울 때도 비슷하지 싶다.
세 번째 그림을 빨리 마무리하고 네 번째 그림도 오늘 다 그려야겠다는 마음에 선생님과 상의 없이 나무 그리기를 생략하고 바로 세 번째 그림 마무리작업을 시작했다. 지난번에 그릴 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바다의 초록 초록한 색깔을 좀 더 어둡게 덧칠하고, 섬도 더 진하게 만들고 싶어서 혼자서 열심히 해봤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그림이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대략 난감'한 상황에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략 난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난처하거나 곤란한 상황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최근 SNS와 일상 대화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식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딱한 처지나 해결책이 어려운 상황을 간단히 나타내는 말로 공감을 얻고 있다. (출처: 네이버 AI 브리핑)
일단, 바다의 색이 너무 어둡고 탁한 느낌이 났다. 물티슈를 이용해서 부분 부분 닦아내니 조금은 바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섬들이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바닷물이 반짝거리는 상황에서 섬들도 조금 따뜻한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기존 색을 조금 걷어내고 그 위에 갈색을 덮어주었다. 멀리 보이는 두 번째 섬의 왼쪽 경계 부분은 흰색을 사용해서 뒷배경과 구분을 해주고, 섬 모서리가 햇빛에 반사되는 느낌을 표현해 주었다. (확실히 작은 부분의 변화가 전체적인 그림의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섬 윗부분의 나무들이 너무 규칙적으로 뾰족하게 솟아있어서 부분 부분 불규칙하게 수정했고, 윤슬(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화이트 물감을 그대로 붓끝에 찍어 표현했다.
우여곡절 끝에 8절지 세 번째 그림을 마무리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네 번째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평소엔 수업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노래가 (어떻게든 오늘 안으로 그림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귀에 거슬렸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반갑게 느껴졌다. 긴 연휴가 끝나고 나면 직장에서도 위험한 작업 같은 걸 출근한 직원들에게 바로 시키지 않는데, 그게 다 연휴 후유증에서 오는 집중력 저하 때문인 게 실감이 났다.
조금 남은 자투리 시간에 선생님이 하늘과 구름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역시나 내 고질병인 조급증(躁急症) 탓에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구름은 역시나 아직도 내겐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다. (평소 구름을 그릴 때마다 물감을 닦아내는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수채화에서 구름은 칠한 물감을 닦아내는 게 아니라 여백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거라는 걸 미술학원 첫 시간에 배웠었는데, 아직도 똑같이 실수하는 나 자신이 조금은 한심하게 느껴져서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다음 주는 8절지 네 번째 그림을 생략하고, 바로 아르쉬지 캔버스에 작품을 그리기로 했다는 점'이 의기소침해진 내게 조금은 위로(慰勞)가 되었고, 이번 주도 무사히 <난생처음 미술학원> 연재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P.S.1. 선생님의 제안대로 다음 주엔 평소에 해본 적 없는 어려운 걸 작품으로 그려봐야겠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함을 원한다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기꺼이 해내야 합니다.'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 출처: 카카오페이 증권 <금요일의 투자 영감> 문구
P.S.2. 제목에 왜 '가제(假題)'가 붙었냐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