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일기(秋天日記) 16편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 10월 30일 목요일

by 가을하늘 추천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반복하는 행동은 곧 우리의 자산이 됩니다. 탁월함은 재능이 아닌 습관에서 나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하면 '너 자신을 알라'가 바로 튀어나오는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억나는 명언이 없다. 혹시나 해서 네이버로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아는 게 없었다. 명언이 후세에 남겨져야 위대한 철학자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독배를 마시면서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소크라테스는 기억하면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묘하게 느껴졌다. (찾아보니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었다)


세상일은 정말 모르겠다는 걸 최근 요 몇 년 새 몸소 체험하고 있다. 자다가 난데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되질 않나,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더니 코스피가 4,000을, 삼성전자가 10만 원을 넘기질 않나. 어쩌면 조만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끝날 수도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세 협상도 (좋은 방향으로) 타결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나? 이러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쏜 스페이스-X 로켓이 화성까지 날아갈지.


지금 나는 지난주 금요일 <제24회 병영문학상 작품공모전>에서 단 한 편의 글도 입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총 6편의 글을 응모했었다) 지난 주말 침울해하는 나를 위해 열심히 매일 저녁 술상을 차려준 아내가 무안할 정도로 아직도 의기소침해 있다. 오늘 아침 카카오페이 증권의 <투자 영감> 문구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그래, 비록 내게 글 쓰는 재능은 없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래, 난 영원히 작가 같은 거 못 될지도 몰라'다.


대학교 4학년 때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후유증을 앓았었다. '앞으로 절대 응모 같은 거 안 할 거야'라고 결심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나마 기특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오늘도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이렇게 A4용지 한 장을 기어이 채우고야 말았다는 사실이다.


'혹시 아나? 몇 년 뒤 브런치 작가 추천(秋天)이 어엿한 진짜 작가가 되어 있을지.'


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김 과장 이야기>를 내일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7월에 완성한 내 첫 번째 단편소설인데, 다시 읽어보니 이걸 꼭 브런치에 올려야만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대학교 4학년 때 쓴 단편소설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으므로 이게 내 첫 번째 소설이다) 갱년기를 겪고 있고 퇴직을 앞둔 51세 남자 이야기인데, 우연히 옛날 애인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설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된다는 내용이다. <병영문학상>에서 탈락한 소설이니 대단한 반응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내 첫 번째 소설이고, 스핀오프(spin-off)인 두 번째 소설 <은주>가 나오려면 이 녀석이 먼저 나가야 말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발행하려 한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다. <은주>도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안 든다.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화자가 여자이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렇다고 다 쓴 소설을 버릴 수도 없고... 해서, <은주>를 고치기로 했다. 분량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빼내는 게 오히려 더 담백해질 것 같다. 두 번째 소설 <은주>는 다음 주 수요일 발행할 계획이다. (제목을 '은주'에서 '현정이'로 바꿔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럼 <김 과장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착각할 수 있어서 그냥 원래대로 두기로 했다) 덕분에 또 여러 줄을 채웠다.


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또는 그런 작품. (출처: 국어사전)


그다음 순서는 카카오페이 증권의 <투자 영감> 문구인데, 오늘 문구는 맘에 들지 않아 올리지 않았다. 그럼 무슨 얘기를 해볼까? 일단, <은주>부터 고쳐보자!


첫사랑에 실패하면 후유증이 남는다. 그 후유증은 사람에 따라 길게 혹은 짧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왜냐면 또 다른 사랑이 곧바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도 그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병영문학상>에 떨어져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 <은주>를 고치면서 내게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이 남아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쓴 글로 상을 받아 많은 사람에게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면 기쁜 일이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쓰는 동안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 과장 이야기>도 다시 고쳐 쓰고 싶지만, 그건 그것대로 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예정대로 내일 발행하기로 했다. (난 참 단순해!)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모든 실패는 좀 더 현명하게 시작할 기회이다.' (헨리 포드*)


출처: 카카오페이 증권 <수요일의 투자 영감>
* 포드 모터 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인 겸 기술자.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대량 양산에 성공한 인물.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으로 유명하다. (출처: 나무위키)


헨리 포드를 검색해 보니 1%의 영감, 토머스 에디슨과 교우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그는 반유대주의자였단다. 나치즘에도 호감을 가졌고, 아돌프 히틀러에게 접근하기도 했다는데... (히틀러의 생일선물로 5만 달러 수표를 보내기도 했다는) 여기까지 적고 나니 재미가 1도 없다. 다른 얘길 써야겠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그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한밤중에 걸려 온 발신자 표시제한 전화 때문이었다.' (출처: <김 과장 이야기>, 추천, 브런치)


나에게는 절대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란 사람은 절대 모르는 전화 같은 건 받지 않는, 조심성이 매우 강한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은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같은 건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다) 조심성이 매우 강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의 특징으로 매사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있고, 그 신중함 때문에 의사결정이 매우 늦어지는 결정장애를 함께 갖고 있다. 오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 이후에도 본인의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야 안심하고 긴장을 푼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조심성이 매우 강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도 때론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한겨울 얼어붙은 강 위에서 놀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차가운 강물 속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하고, 형이 몰던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있다 방파제 밑으로 함께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두 사고 모두 어렸을 적 일이고, 그 이후로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는 걸로 봐서는 그 조심성이란 게 성장해 가면서 점점 강도를 높여왔던 모양이다. (물론 졸음운전으로 정차한 택시를 들이받거나, 보닛을 제대로 잠그지 않고 달리다 앞유리창을 박살 내버린 경험은 있지만, 인명사고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조심성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조심성이란 게 조금씩 약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매사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함은 점점 사라지고,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저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커진다. 나이가 들면 철든다는데, 난 요새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2025년 10월 30일 목요일


어제 소설 <김 과장 이야기>를 발행한 이후, 독자들의 피드백(feedback)을 받았다.


독자 1: 이도 저도 아닌 (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애매한 글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분 나빠서 앞으로 당신이 쓴 소설은 절대 읽지 않겠다.
독자 2: 성적 표현(성욕, 발기 등)이 너무 자주 나와 읽기 민망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본인이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독자 1이 전달한 내용이다)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곧바로 소설 내용을 고쳤다. 소설의 초반부에 주인공의 현재 상태를 묘사한 수필 같은 부분들을 삭제했다. 독자 1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부분도 삭제했다. 하지만, 독자 2가 민망하다는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내가 원래 성적 표현을 즐겨 쓰는 사람이라 이것까지 삭제하면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어제저녁 나는 독자 한 명을 잃었다. (어쩌면 두 명을 잃었을 수도 있다)


오늘 아침, 소설 <은주>를 발행했다. 원래는 소설 <김 과장 이야기>를 읽을 기간을 충분히 준 다음, 다음 주 수요일쯤에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두 소설 모두 나에게는 더 이상의 흥미를 주지 못했고, 세 번째 소설 <손절>도 이미 발행되었으므로, 더는 미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만큼은 즐거웠다. 초안을 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고치는 과정도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발행은 하지 않고 계속 몇 개월 동안 고치기만 하니 슬슬 지겨워졌다. 두 소설 모두 '내 서랍' 속에 너무 오래 들어있었다.


지금부터는 네 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이야깃거리를 찾아봐야겠다. 앞서 썼던 소설들은 주로 내 개인적인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들이 글의 모티브가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그동안 겪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상상하면서 써봐야겠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P.S. <추천 일기>와 <난생처음 미술학원> 연재 요일을 원래 계획대로 다시 변경했다. <추천 일기>는 매주 금요일, <난생처음 미술학원>은 월요일이다.

이전 04화추천 일기(秋天日記) 1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