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오늘로써 '성인취미미술 나불갤러리' 방문이 열 번째다. 원래 한 달에 네 번을 가야 하는데, 이번 달은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두 번밖에 못 갔다. 그 개인적인 사정이란 게 생각해 보니 모두 키우는 반려견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아내가 1박 2일간 출장을 가게 돼서 반려견을 봐주러 평택까지 올라가야만 했고, 두 번째는 부모님의 생신 축하 가족 모임이 한 주 간격으로 주말마다 대구에서 있어 일주일간 반려견을 숙소에서 봐주어야만 했다. 자세한 내용은 <추천 일기>에 적어두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어쨌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9월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 거의 3개월을 꽉 채운 셈이다. 물론 수업이 한 달에 네 번, 한 번에 두 시간밖에 안 되니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셈이지만, 지금까지 학원을 이렇게 오래 다녀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주 어렸을 때 동네에서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중간에 관두었고, 검도 도장이나 골프 연습장, 실내 암벽도 3개월을 넘기지 못했었다. 그나마 제일 오래 다닌 게 재수학원일 듯하다.)
오늘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미술학원을 찍어봤다. 마지막 회차를 쓰겠다는 심정으로 방문한 거라,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거리를 두고 건물을 바라봤다. 그전엔 인지하지 못했던 2층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선생님은 저 불 꺼진 2층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엔 작업실이나 작은 카페로 쓸 수 있는 상가가 있고, 2층엔 주거시설이 있는 상가주택. 언젠가 그런 건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선생님은 내가 꿈꾸는 삶을 지금 살고 있는 거다. (그림 그리는 재능에 경제적인 능력까지 갖춘... 이야기가 너무 삼천포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 다시 돌아가자!)
오늘의 목표는 어떻게든 그림을 두 시간 안에 완성하는 거라, 도착하자마자 신속하게 그림 그릴 준비를 완료했다. 지난번에 그리다 만 아르쉬지 패널을 찾아 이젤에 세팅하고, 물통에 물을 담고, 붓과 팔레트, 물기를 제거할 수건과 종이 위에 실제로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오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이면지, 물티슈 등등. 선생님은 다른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어서, 곧바로 바위부터 칠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바위는 진하게, 먼 바위는 연하게 칠했다. 어느 정도 칠하고 나니 선생님이 다가왔다.
바위보단 바다를 먼저 칠하는 게 더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바위보다 바다의 물색이 더 맑고 깨끗하니, 이염(移染)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내가 또 실수한 건가?'
선생님의 의견에 바위 칠하기를 멈추고 바다를 칠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수채화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구름, 나무, 바위, 물(호수, 강, 바다), 유리, 얼굴 등등. 역시나 바다도 구름만큼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어떻게든 그림을 두 시간 안에 완성하는 거니까, '아님 말고' 정신으로 계속 칠해나갔다. 수면에 비친 건물도 넣고, 배의 밑부분 그림자도 넣고, 바다가 어느 정도 칠해졌다 싶어 바위를 마저 칠하고, 건물과 바위 사이에 있는 수풀을 칠했다.
다음으로 배와 돛대를 색칠했다.
'이 녀석이 이 그림의 주인공인데, 잘 그려야 되는데...!'
세밀한 부분까지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했더니,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칠하지 않은 하얀 공백인 곳이 없어졌으니까, 초벌 작업치고는 꽤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마저 완성하면 되니까. (신에게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있사옵니다.)
아쉽지만 다음 시간에 마저 그리기로 하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무리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또 옛날 버릇이 나오니까, 몇십 분 추가로 그리는 것보단 이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간에 계속...)
그동안 <난생처음 미술학원>을 1화부터 10화까지 빼먹지 않고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쓰기도 서툴고 그림도 잘 그리진 못하지만, 아직 나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비록 12월 11일 목요일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미술학원은 그만두지만, 혼자 숙소에서 예전처럼 계속 그림을 그릴 거고, <브런치>에 글도 계속 올릴 거다. 이 모든 게 결국은 전역 후 인생 2막을 멋지게 살아보려고 시작한 거니까.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도 멋진 작가, 멋진 화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P.S. 오늘 학원에 들어가면서, 32색 SWC 전문가용 수채화 물감과 36칸 방탄유리 팔레트를 샀다고 선생님에게 자랑하려다 말았다. 내가 너무 유치해 보일 것 같아서. 수업 중간에 선생님은 무심(無心)하게 '팔레트 새로 사셨냐'라고 물어봤고, 나는 쿨(cool)한 척 '네'라고 대답했다. (물론, 내 속마음을 이미 학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선생님에게 들켰을 거다. 안타깝게도 내 얼굴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