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다시 소설 쓰기

by 가을하늘 추천

2027년 9월 22일 수요일


OO에 귀촌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도 이제 꽤 친해져서 속마음을 터놓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동네 형님들과는 아직도 술자리에서만큼은 힘들지만, 요령껏 분위기를 맞추는 법을 터득해서 그런지 예전만큼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형수들이 나를 무척 귀여워하고 잘 챙겨준다. 아무래도 내가 이 동네에서는 제일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고 도시 출신이라 농사일이 서툴다 보니 친정집 손 많이 가는 남동생 같아 보였으리라. 주말마다 집사람이 내려와 이것저것 챙겨주고 가긴 하지만, 형수들 눈에는 그래도 챙겨줄 게 아직은 많이 보이는 모양이다.


콩이는 늦더위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지난달인 8월 말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른 장마가 시작되던 6월 초에 급격하게 후각과 청각 능력이 떨어져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종합검사를 받았는데, 뇌에 종양이 생겨서 그런 거라고 했다. 노견이라 수술은 힘들다고 해서 진통제 처방만 받고 돌아왔다. 그날 밤 집사람과 부둥켜안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근 3개월을 버티다 갔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콩이가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죽어버렸다면, 우리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을 텐데, 그래도 자기가 떠날 때 덜 슬퍼하라고 3개월이란 시간을 벌어주고 간 거니까.


콩이가 죽고 한 달 가까이 마을을 떠나 원래 집인 OO에 가 있었다. 혼자 있으면 많이 슬프고 우울할 것 같다며 집사람이 올라와서 같이 지내기를 원했다. 사실은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OO으로 나 혼자 내려왔다. 그 사이 콩이가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던 앞마당이며 텃밭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따로 물을 주거나 한 적도 없는데 잡초들은 어찌 그리도 잘만 자라나는지... 내일부터는 아침저녁으로 며칠 동안 풀만 뽑아야 할 것 같다. 9월 중순이지만 한낮엔 아직은 밭일하기 더운 날씨다.


OO에서의 귀촌 생활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집사람이 정년퇴직할 때까지만 나 혼자 지내고(집사람은 5도 2촌 하고), 은퇴 후엔 집사람도 함께 내려와 지내는 거였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나 집사람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랐다. 시골이라는 이미지가 우리에겐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고 왠지 모르게 평화롭게만 보였지만, 막상 OO에 내려와서 몇 달간 혼자 생활을 해보니 여기도 그냥 사람들이 사는 일상의 공간일 뿐이라는 걸(어디에서 살든 결국엔 다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집사람이 원하는 거니 일단은 그만 도시로 돌아가자고 할 때까지는 이곳 OO에서 계속 살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내일부터 사흘간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처럼 넉넉하고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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