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반려견의 죽음

by 가을하늘 추천

2027년 6월 3일 목요일


예년에 비해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 보통은 6월 중순은 넘어야 시작되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빨리 남부지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이곳 OO까지 장마전선이 올라왔다. 마을 주민들도 때 이른 장마에 다들 당황한 눈치다. 아직 수확을 채 끝내지 못한 작물들이 밭에 수두룩하다. 그나마 우리 밭은 경사가 조금 있어서 물 빠짐이 나은 편인데, 옆집 형님네 밭은 거의 반이 물에 잠겼다. 연일 쏟아져 내리는 빗물 탓에 농사일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고, 마을회관에선 대낮부터 동네 형님들의 술판이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형수들도 다 같이 모여 동네 잔치하듯 삼겹살도 굽고, 부침개도 부치고, 한쪽 구석에선 고스톱판도 벌어졌다. 얼큰하게 취한 이장님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박자의 트로트 노래를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몰아갔다. 나도 (동네 형님들에 비하면) 잘 못 마시는 술이지만 이미 소주 두 병을 넘겼고, 알딸딸한 기분에 트로트 노래 박자에 맞춰서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 기억이 중간중간 끊어졌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다 옆으로 넘어진 기억도 나고... 나이 많은 형님들과 어깨동무하며 목청껏 노래를 부르던 기억도 나고...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이장님이 잠든 나를 깨운 시각이 거의 저녁 6시가 다 되었을 때였으니까, 술에 취해 꽤 오랜 시간을 마을회관에서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시간이면 콩이가 앞마당에서 산책하는 시간이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확실히 6월이라 해가 많이 길어졌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잠시 소강상태인 듯 빗물에 씻겨나간 저녁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마을회관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하루 종일 혼자 집안에 갇혀있었을 콩이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마을회관에 우산을 놓고 온 게 기억이 났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일단, 콩이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콩이는 노견이지만 후각과 청각은 아직 예민해서, 멀리서도 내가 걸어오는 걸 알고 동네가 떠나갈 듯 짖어대는데, 오늘은 너무 조용했다. 대문을 열고 앞마당을 성큼성큼 가로지르는 대도 집안에선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팔다리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것처럼 금방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현관문에 도착해서 잠깐 심호흡을 하고는 문을 열었다.


"콩아! 콩아! 우리 콩이 어딨어?"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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