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오이 심기

by 가을하늘 추천

2027년 5월 12일 수요일


지난주 들개들의 출현 이후로 콩이의 보디가드로 아침저녁 앞마당 산책에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혹시 몰라서 등산용 스틱 한 자루를 피크닉 벤치 옆에 세워두었다. 이장님은 농작물에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멧돼지는 어쩔 수 없지만, 아직 공격을 당한 집이 없는데 미리 들개들을 죽일 필요는 없지 않냐는 의견이었다. 그 말에 동의했다. 배가 고파 먹이를 찾으러 마을까지 내려와 밤마다 어슬렁거리는 들개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줘본 적은 있지만, 들개들에게는 줘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당장 들개들에게 먹이를 주겠다는 건 아니고, 아직 공격을 당한 게 아닌데 미리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오늘은 오이를 심기 위한 지주를 세우기로 했다. 우리 집 뒷산엔 작은 대나무숲이 있는데, 몇 그루 정도 잘라서 지주로 쓰면 될 것 같아 톱과 낫을 챙겼다. 5월이라 그런지 올해 새로 돋아난 대나무 잎과 줄기가 푸릇푸릇하니 예뻤다. 잎과 줄기 사이로 중간중간 비치는 햇빛도 눈 부셨고.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잎끼리 부딪혀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고즈넉하니 듣기 좋았다.


줄기가 너무 굵으면 옮기기도 힘들고 지주로 쓰기에는 별로여서, 중간 굵기의 대나무 다섯 그루를 톱으로 잘랐다. 낫으로 잔가지를 정리하고, 옮기기 쉽도록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끈으로 묶어 어깨에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왔다. 물기를 머금은 대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바닥이 미끄러웠는지, 내려오는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는데, 안 넘어지기 위해 균형을 잡으려고 용을 썼는지 집에 돌아오니 오른쪽 옆구리와 허리가 뻐근하니 욱신거렸다.


그래도 이왕 마음먹은 거니 오늘 중으로 작업을 끝내기로 하고 밭 중앙에 지주를 세우기 시작했다. 대략 가로 50cm, 세로 5m, 높이 1.5m로 삼각형 집 모양을 만들었는데, 강한 바람에도 옆으로 넘어지지 않게 지주 끝을 망치를 이용해서 땅속 깊이 박아주었다. 지주와 지주 사이는 오이 덩굴이 타고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얇은 노끈으로 그물처럼 얼기설기 엮어주었다. 대나무 지주는 한두 해만 지나면 금방 썩어버리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지주를 쓸까도 살짝 고민했었지만, 가능하다면 농사가 끝난 후에 폐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영농부산물을 파쇄해 퇴비로 재활용하는 걸 생각 중이라 대나무를 계속 쓰기로 했다.


'우리가 먹는 오이의 품종은 크게 취청(가시가 도드라지게 있으면 가시오이, 없으면 청장오이)과 다다기(흰색이 많으면 백다다기)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취청 계열은 수분이 많고 생으로 먹으면 시원한 맛이 좋으며, 바로 먹을 수 있는 생채나 무침으로 이용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금에 절여도 물러지지 않고, 볶고 튀기는 요리에 알맞다. 다다기는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종으로, 단맛이 있고 향이 짙은 편이다.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생채나 겉절이, 샐러드, 오이소박이용 등으로 사용된다. 저장성이 뛰어나 오이지나 오이피클 등에도 많이 활용된다. 오이는 풍부한 수분과 칼륨이 갈증 해소를 돕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한다. 비타민 C가 함유되어 피부 건강과 피로 해소에 좋다.' (출처: <텃밭, 주말농장 재배 가이드(2021)>, 랜딩북스)


지난번 농자재마트에서 산 50공 트레이가 있긴 하지만, 씨앗을 심고 모종을 길러서 다시 밭에 옮겨 심는 게 번거로워서 그냥 모종 가게에서 열 그루를 사버렸다. 시중에서 파는 모종은 대부분 호박 뿌리로 접목을 한 것이어서, 병에도 강하고 잘 자라서 오히려 이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이도 상추와 마찬가지로, 수확기가 오면 혼자 다 소비할 수 없을 듯해서 이웃과 나눠 먹을 생각이다. 물론, 상추처럼 다들 대여섯 그루 정도는 밭에 심어놔서 썩 반가워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


유기물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은 식양토가 적합하다. 비교적 약한 빛에서도 잘 자라지만 일조가 너무 부족하면 기형과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뿌리가 얕게 분포하므로 유기물을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종을 심기 2주 전에 퇴비와 밑거름을 주고 밭을 잘 갈아놓는다. 밑거름은 3.3㎡당 퇴비 8kg, 석회 300g, 복합비료 300g 정도가 적당하다. 이랑의 넓이는 60~80cm로 하여 한 줄로 심거나 120cm로 하여 2줄로 심는다. 이랑의 높이는 물이 잘 안 빠지는 곳은 20cm 이상으로 하여 장마 때 물에 잠기는 것을 막고, 배수가 잘 되는 곳은 15cm 정도로 한다. 물이 잘 안 빠지는 곳은 이랑을 1줄로 만든다. 두둑의 중앙을 높게 하여 물 빠짐이 좋도록 만들고 가급적이면 두둑을 높게 하여 습해를 예방하고 통기성을 좋게 한다. 두둑에 비닐을 피복하면 지온이 높아져서 활착이 빠르고 잡초제거 노력과 관수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출처: <텃밭, 주말농장 재배 가이드(2021)>, 랜딩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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